문재인 "장·차관 세종 지켜라" 지시에도…툭하면 서울로 장관 부르는 與

입력 2019-06-07 17:39  

현장에서

이해찬, 장관들과 릴레이 오찬
올들어 당정협의도 25회로 급증

임도원 정치부 기자



[ 임도원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의 한 식당에서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조명래 환경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과 오찬을 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세종시에 있는 세종보 철거에 대해 조 장관에게 “‘시간을 두고 판단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지역의 의견을 감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부터 18명의 부처 장관과 조별로 오찬을 하고 있다. 첫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박능후 보건복지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에 이어 5일에는 강경화 외교부, 김연철 통일부,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회동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 나머지 일곱 명의 장관과도 25일까지 오찬을 할 계획이다.

여당 대표가 18개 부처 장관을 일일이 서울로 불러 ‘릴레이 오찬’을 벌이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민주당은 “당정 협의 차원”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야당은 “부처 줄 세우기를 통한 관권선거 획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장·차관들이 세종시를 떠나지 않아도 될 수 있게끔 일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 것에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장·차관들이 서울에서 일을 볼 때가 많다”며 “서울에서 회의를 하는 경우에도 영상회의를 많이 활용하는 등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노력을 조금 더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지난달 세종청사가 있는 부처는 장·차관의 서울 집무실을 연말까지 완전히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국회의 정부 부처 소집은 더 잦아지는 추세다. 올 들어 민주당이 서울로 장·차관 등을 불러 진행한 공식 당정 협의만 25건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당정 협의 건수(15건)를 훌쩍 웃돈다. 각 부처 공무원들은 “당정 협의 성격에 맞지 않은 안건이 많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10일에는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준비 상황을 보고하라며 문체부 고위 관계자들을 불러 당정 협의를 할 계획이다. 한 경제부처 국장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보여주기식’ 당정 협의가 늘어나는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할 거면 차라리 지난 대선 때 여야 후보들이 공약한 것처럼 국회 세종 분원을 설치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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