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지만 말다툼 이후 2년 동안 연락도 한 번 하지 않았던 동생이 결혼한다고 연락이 왔다면 가야할까.
20대 A 씨와 남동생 B 씨는 남들과 다를 바 없이 싸우고, 부딪히지만 또 서로를 챙기며 평범하게 자랐다. B 씨 때문에 고등학교에 다닐 때 A 씨의 다리가 부러졌음에도 사과하지 않고 넘어가 '성인이 되면 인연을 끊어야지'라는 생각을 했을 때도 있었지만, 군대에 간 B 씨가 간식도 제대로 사먹지 못하는 걸 알고 힘들게 아르바이트 한 돈 중 10만 원 씩 용돈으로 보내줬다.
군대에 있을 때엔 누나가 보내주는 용돈에 "고맙다"고 말했던 동생은 군 전역 후 대기업 계약직으로 취업한 후 변했다.
A 씨는 "저는 졸업 후 모아둔 돈이 없었고, 더 배우고 싶은 게 생겨서 학원을 다녔는데, 고용노동부 카드를 발급받아서 하다보니 일용직 아르바이트도 해서는 안됐다"며 "동생에게 한 달에 15만원 씩 학원 수강하는 두 달과 취업 준비하는 한 달, 총 3달만 도와달라고 부탁했는데 거절당했다"고 털어놓았다.
A 씨는 "자존심이 세서 누구에게도 돈을 빌려본 적이 없고, 엄마에게도 손 벌린 적이 없다"며 "동생이 자취도 하고, 차도 샀을 때라 이리저리 돈이 들어가는 건 알았지만 15만 원씩 3달만 도와달라는 게 그럽게 어렵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복잡했다"고 토로했다.
A 씨에게 돈을 보내는 걸 거부했던 B 씨는 이후 여자친구도 사귀고, 여행도 다니면서 행복하게 지냈다.
과거 동생에게 월 10만 원 용돈을 보내주기 위해 아껴쓰고, 5000원 짜리 티셔츠 사는 것도 망설였다는 A 씨는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다"며 "돈이 없어서 밥도 굶고, 혼자 끙끙거리며 학원에 다녔던 저를 보며 동생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싶었다. 얘도 날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으니 나도 앞으로 동생 없는 셈 치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후 A 씨는 엄마에게도 섭섭한 감정을 전했지만, 엄마는 "별것도 아닌 걸로 동생에게 삐진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또한 B 씨 역시 사과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그렇게 2년 동안 한 번도 보지 않고, 연락도 안했는데 "누나, 나 상견례하는데 올거지?"라고 전화가 왔다는 것.
A 씨가 "네가 무슨 낯짝으로 나한테 연락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난 너같은 동생 둔 적 없으니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그랬더니 '왜? 화났어? 알았어'라고 하더라. 애초에 제가 잘사는지, 안 사는지도 관심이 없었던 것"이라고 호소했다.
A 씨는 "엄마는 저에게 '독하다'며 '이쯤에서 화풀고 사이좋게 지내라', '엄마 죽고 나면 믿을 건 형제 자매 뿐이다'고 하시는데 전 싫다"며 "친척들도 한마디씩 하는데, '엄마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누나인 네가 먼저 다가가고, 마음 풀고, 축하해주라'는데 필요할 때만 누나냐"고 적었다.
이어 "너무 서롭고, 외롭고, 화가 나고, 가족들도 싫다"며 "결혼 하든지 말든지 관심도 없고 구경도 하고 싶지 않은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네티즌들은 A 씨의 사연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건들 하나하나는 사소하지만 일련의 흐름에서 명확하게 얼마나 엄마와 동생이 이기적인지 보인다", "남이 힘들던 말던 본인 즐길 건 다 즐긴 동생인데 왜 두 사람 체면 때문에 또 상처받아야 하나", "다음엔 돌잔치에 또 오라고 할 것", "이참에 그냥 다른 가족들과 연락 끊고 사는 걸 추천한다"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겠나", "저런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아온 것 같다 대견하다", "연락 끊은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A 씨를 응원하는 메시지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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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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