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왼손잡이 고치라고 매번 잔소리하는 시어머니

입력 2019-06-09 08:25  


왼손잡이라고 잔소리 듣는 며느리가 어디 있나요?

시어머니로부터 왼손잡이 지적을 받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A씨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A씨는 어린 시절부터 왼손잡이었다. 가끔 필요시에는 오른손도 쓰긴 했지만 대부분은 왼손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어릴 때는 놀림을 당하기도 했지만 A씨는 '왼손잡이가 어때서'라는 마음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결혼 후 왼손잡이인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시어머니의 말투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시어머니는 가족들이 모두 있는 외식 자리에서 왼손 사용을 고치라고 나무라는가 하면, A씨의 자녀가 장난감을 왼손으로 들고 있으면 '우리 OO이는 왼손잡이면 안 되는데'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특히 손주가 왼손잡이가 될까 걱정하는 시어머니를 보며 A씨는 마음이 불편했다. 이를 눈치챈 듯 A씨의 남편은 "보통 오른손이지 않냐. 오른손잡이 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시어머니는 "애가 커서 너처럼 왼손잡이이길 바라냐. 제발 고치라"고 계속 지적했다.

속상한 마음에 A씨는 남편에게 따로 이야기했다. 그러자 남편은 "어른들이 말하는 거 하나도 틀린 것 없다"며 "엄마가 그러라고 하면 그렇게 하면 되지, 왜 징징거리냐"고 화를 냈다.

A씨는 어릴 때 부모님께 혼나던 것에 이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왼손잡이라는 이유로 시어머니에게 잔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는 왼손잡이가 이렇게나 큰 흠이 되는 것인지, 지적을 당할 만큼의 잘못인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왼손잡이의 인권 신장과 인식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1976년 '세계 왼손잡의 날'이 제정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왼손잡이를 향한 부정적인 인식은 알게 모르게 사회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성인 남녀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의 5%가 왼손잡이라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37%가 '일상에서 왼손잡이라 불편하다'고 밝혔다.

실로 교통카드 단말기 위치부터 컴퓨터 마우스, 대학교 강의실 좌석에 달린 메모판 등 주변에서 왼손잡이가 불편함을 느낄 만한 환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올바른 필기 자세로 오른손만을 사용하는 모습을 습득하기도 한다. 이에 왼손잡이들은 부득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양손잡이로 성장하기도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한 학교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왼손으로 글씨 쓰는 아이에게 왼손 쓰기 방법을 알려 준 경우는 6%에 불과했고, 오른손으로 교정해 준 경우는 이보다 5배가량 많은 29%나 됐다. 왼손잡이 인권에 대한 관심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이 같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왼손잡이를 강제로 교정시키려 하면 우울증이나 읽기 능력 저하 문제 등의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 그렇기에 심리적인 압박을 가해 부작용을 유발하기보다는 왼손잡이를 위한 교육법이나 학습 자재 보충 등의 노력으로 왼손 사용에 대한 자율권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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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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