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불금 지급 3개월 넘게 늦춰져
15개 농업인단체 항의 시위
[ 임도원 기자 ] 매년 농가에 지급되는 쌀 변동직불금이 올해 국회 파행으로 역대 가장 늦은 시기에 집행될 판이다. 국회 파행이 지속되면서 쌀 직불금의 기준이 되는 쌀 목표가격을 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단체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는 등 농심(農心)은 들끓고 있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쌀 변동직불금 지급은 올 들어 평년 대비 3개월 이상 늦어지고 있다. 쌀 변동직불금은 쌀 목표가격에 비해 시장 가격이 낮으면 차액의 85%를 정부가 농가에 보전해주는 제도다. 2005년 도입된 이래 매년 2~3월에 지급돼 왔다. 가장 지급이 늦은 시기인 2011년에도 3월 28일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 파행으로 2018년산 쌀에 대한 목표가를 정하지 못하면서 직불금 지급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쌀 목표가는 5년마다 정해진다. 농식품부가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정부안을 제출하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2018년산부터 2022년산까지 적용할 목표가가 정해지는 시기다.
더불어민주당과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 당정협의회를 열어 기존 18만8000원(80㎏ 기준)이었던 쌀 목표가를 19만6000원으로 재설정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일각에서 22만원 이상을 주장하면서 견해차가 생겼다. 이 와중에 올 들어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국회 농해수위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편성된 쌀 변동직불금 예산 2533억원은 한 푼도 집행되지 못하고 고스란히 남아 있다.
농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지난 5일에는 15개 농업인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농업인단체연합이 각각 청와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국회가 장기 파행을 이어가면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4월 올라온 ‘국회의원도 국민이 직접 소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게시글에는 한 달 만에 21만여 명이 동의, 청와대 답변 기준(20만 명 이상 동의)을 넘겼다. 국민소환제는 선출직 공직자가 위법·부당한 행위를 하면 국민이 투표로 해임할 수 있는 제도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5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반성문을 쓰는 입장에서 국민소환제에 대한 논의를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와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만나 국회 파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원들이 회의에 참석하는 경우에만 수당을 지급하도록 세비 지급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평화당은 정의당 등과 함께 조만간 관련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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