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있다" 시금석 오른 르노삼성 사태

입력 2019-06-0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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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회사가 망할까 겁난다.” 전면 파업을 선언한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 집행부에 대한 노조원들의 반응이다. 8개월째 이어진 파업 등 ‘르노삼성 사태’의 장기화에 대해 프랑스 르노 본사도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전체 생산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후속 물량 배정을 연기했고, 유럽 수출용 신차 물량도 스페인 공장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조원은 “10년 넘게 부산공장에서 일했는데, 이렇게 정치투쟁에 휘말려 난장판이 된 적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전면파업의 명분이 없다는 것은 저조한 참여율에서도 드러난다. 노조 집행부가 “파업에 동참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지만 노조원 1854명 중 61.2%인 1134명이 출근했다.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누구를 위한 파업이냐”는 격앙된 목소리는 다수의 노조원이 파업을 명백히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자동차는 강성노조가 지배하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그런 만큼 르노삼성 사태의 향배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회사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선 상황에서 “우리가 있는 동안에 돈 많이 받고 편하면 그만”이라는 노조 기득권 탈선의 극치를 보여주느냐, 아니면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있다”는 걸 보여주느냐를 가를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개별노조로 활동하며 모범적인 무분규 기업 소리를 듣던 르노삼성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노조 집행부가 민주노총 가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과거 쌍용차 사태의 교훈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까지 바뀌고 있다. 전기차 등 미래차 수요 증가, 모듈화·스마트화 촉진 등으로 특정지역 공장의 노사관계가 악화돼 공급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언제든 물량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미련없이 공장을 폐쇄 또는 이전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회사가 망하면 노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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