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이생 - 하재연 (1975년~ )

입력 2019-06-09 18:31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엄마가 나 되고
내가 엄마 되면
그 자장가 불러줄게
엄마가 한 번도 안 불러준
엄마가 한 번도 못 들어본
그 자장가 불러줄게

내가 엄마 되고
엄마가 나 되면
예쁜 엄마 도시락 싸
시 지으러 가는 백일장에
구름처럼 흰 레이스 원피스
며칠 전날 밤부터 머리맡에 걸어둘게

나는 엄마 되고
엄마는 나 되어서
둥실

시집 《우주적인 안녕》 (문학과지성사) 中

엄마가 나 되고 내가 엄마가 되는 일이란 이생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이자 이룰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는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란 어디에서 태어나는 걸까?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마도 예쁜 도시락을 싸고 백일장에 딸이 입고 갈 원피스를 며칠 전날 밤부터 머리맡에 걸어뒀던 사랑의 디테일 때문일 것이다. 생일이 다가오니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가 해줬던 모든 것들이 생각난다. 엄마가 아침마다 머리를 묶어주고, 뜨거운 이마에 젖은 수건을 올려주고, 작은 가슴을 토닥여주던 일. 엄마가 돼 보니 알겠다. 엄마의 디테일들이 태어나고 자라나는 6월이다.

이소연 < 시인 (2014 한경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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