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일의 원자재포커스] 3년 만에 최고가…금값 랠리, 얼마나 더 갈까

입력 2019-06-11 11:17   수정 2019-06-11 11:20


최근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금값이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이 같은 ‘골드 랠리’가 얼마나 더 오래갈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값은 지난 7일 g당 5만800원(1돈당 19만500원)까지 올라 3년 만에 최고가로 장을 마쳤다. 세계 금융시장에서도 지난 며칠 간 미국이 중국, 멕시코 등과 무역전쟁을 종결지을 수도 있다는 기대로 조정이 발생했음에도 금값은 여전히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까지 뉴욕상업거래소(NYMEX) 선물시장에서 금값은 지난해 1월 이후 최장기 상승세인 8거래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NYMEX에서 거래되는 금 8월 인도분은 10일(현지시간) 현재 온스(31.1g)당 1331.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격화하는 미·중 무역전쟁과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투자자들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으로 몰리고 있다. 금의 단기 대체재인 미국 달러화 가치의 상승세가 주춤한 것도 금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번 달 들어서만 1.5%가량 하락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 사재기에 나선 것도 한몫 하고 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중앙은행들이 지난해 사들인 금은 전년(374.8t)보다 74%나 늘어난 651.5t이었다. 영국이 파운드화 가치를 평가절하한 것이 중앙은행들의 금 사재기 현상을 불러일으켰던 1967년 이후 50년만의 최대치다. 중앙은행들은 올 1분기에 이미 전년 동기 대비 68% 늘어난 145.5t의 금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 올해에는 작년보다 더 많이 사들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은 올 들어 6개월 연속 금을 순매수하고 있다. 2016년 10월부터 금 매입을 중단했다가 지난해 12월부터 다시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까지 약 70t 정도를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경우 지난 10년 간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2%에서 무려 19%까지 끌어올렸다.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과 주요 투자자들은 금값 상승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캐나다 TD증권의 바트 멜릭 상품전략책임자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경기 사이클의 끝물에 있고 미 중앙은행(Fed)의 정책 방향은 금리인하를 향하고 있다”며 “변동성과 주식시장에 대한 조정 리스크가 커지면서 상당한 자본이 금 시장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은 올 4분기 금값이 온스당 1405달러로 오르고, 내년 말에는 148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네덜란드 은행인 ABN암로는 금값이 내년에 15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이 경우 현재보다 10% 이상 가격이 뛸 여력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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