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株 한·중·일 경쟁
CATL 추격 나선 LG화학
[ 송종현 기자 ] 글로벌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겨루고 있는 한국의 LG화학, 중국 CATL, 일본의 파나소닉이 증시에서도 시가총액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전기차 장착 용량 기준 세계 1위 CATL이 올초까지만 하더라도 LG화학과 파나소닉을 멀찌감치 따돌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3월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나머지 두 곳과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다. 중국 증시가 세계 주요국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 격화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으면서 조만간 역전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 증시 삼국지
11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CATL의 지난 7일 기준 달러 환산 시가총액은 212억4440만달러로, LG화학(197억498만달러) 파나소닉(197억448만달러)보다 각각 7.8% 많았다.
CATL의 작년 말 시총 규모는 235억9440만달러로, 파나소닉(221억4820만달러) LG화학(206억8876만달러) 대비 각각 6.5%, 14.0% 컸다. 이후 CATL 주가가 올해 1~2월 급격히 오르면서 CATL과 LG화학·파나소닉 간 시총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CATL 시총이 1분기에 15.1% 불어나 3월 말 277억6350만달러에 도달하면서 LG화학(218억2153만달러) 파나소닉(211억4740만달러)과의 차이는 27.2%, 31.2%에 달했다. 그러다가 2분기 들어 중국 증시가 큰 폭으로 조정받자 다시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
전기차에 장착돼 사용되는 배터리 용량을 기준으로 CATL은 작년 1위였던 파나소닉을 밀어내고 올 들어 새롭게 왕좌에 올랐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의 올해 1~4월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8106.3㎿h로, 2위 파나소닉(6864.8㎿h)보다 18.0% 많았다. 중국 BYD(5264.8㎿h) LG화학(3363.1㎿h) 등이 뒤를 이었다.
LG화학 시총, CATL 넘어설까
증권업계에선 LG화학과 파나소닉의 시총이 조만간 CATL을 빠르게 따라잡아 역전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CATL은 중국 증시 조정 여파로 고전 중이다. 반면 LG화학은 한동안 주가를 짓누르던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LG화학은 정부의 ESS 화재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지난 1분기에 충당금 800억원과 판매손실 400억원 등 총 1200억원을 1회성 손실로 처리했다. 이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펼치는 전지사업부가 적자전환하면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7.6% 쪼그라들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은 파나소닉→LG화학→중국 기업 순으로 높다. LG화학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24.6배로, CATL(30.1배) BYD(29.7배)보다 낮다. 파나소닉(9.6배)보다는 훨씬 높지만 이 회사가 환경 솔루션, 전기·전자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한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적전망은 CATL이 최고
실적전망은 순수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CATL이 화학 등 다른 사업을 함께 펼치는 한·일 경쟁사보다 훨씬 낫다. CATL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5조4920위안으로 전년 대비 31.8% 늘어날 전망이다. 화학사업이 본업인 LG화학은 화학업황 둔화 등의 여파로 올해 영업이익이 14.0%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파나소닉도 2020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영업이익이 전년과 비교해 27% 감소할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한·중·일 3개국 간판 전기차 배터리주를 짝지어 고평가된 종목은 팔고, 저평가된 종목은 사는 페어 트레이딩 전략을 구사하는 매니저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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