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과 '칭찬'의 나비효과

입력 2019-06-12 14:24   수정 2019-06-12 14:24



(주기윤 리더스컴 대표) 외부에서 미팅 일정이 잡힐 때면 근처 맛집을 들르는 것도 '소확행' 가운데 하나다. 며칠 전에 홍대 피카소거리에 나갔다가 꼭 들르는 고깃집을 찾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곳은 철거되고 신축 건물 공사 중이었다. 그 고깃집의 추억을 떠올리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회사 직원들은 물론 지인들을 한번쯤은 데리고 갔으니 정말 소중한 음식점이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손에 쥔 돈이 없을 때 서울 변두리 옥탑 방에서 창업을 했다. 정말 힘들게 고생을 해서 2년 만에 직원도 더 뽑고, 사무실도 중심가인 동교동으로 옮겼다. 매일 밤샘을 하며 대기업 계약을 체결할 때는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뻤다. 그때 그만 도둑을 맞았다. 컴퓨터(서버), 프린터는 물론 당시 플로피디스크까지 사무장비 등이 모두 사라졌다.

언론 보도에 날 정도로 기막힌 사건이었다. 경찰과학수사팀이 와서 지문감식도 했지만 수사는 진척이 없었다. 정말 망연자실 그 자체였다. 당장 일은 어떻게 시작하지,란 물음에 부딪혔다. 대기업 일감은 포기를 해야 하나? 여러 궁리를 했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었다. 한마디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직원들을 데리고 그 고깃집을 향했다. 이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찾았다. 고기를 구워도 술을 마셔도 분위기는 좀처럼 뜨지 않고 총무과장은 자기책임이라며 눈물을 글썽이고... 아주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때 고깃집 주인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인생을 살다보면 그럴 수 있어! 그래도 다시 일어서야지! 힘내!"라는 덕담을 해주셨다. 술값은 받지 않겠다고도 하셨다. 그때 일행은 그게 무슨 천군만마라도 되는 듯 의기투합을 했다.

나 역시 "다들 고생했다. 내일부터 일단은 출근하지 말라"는 말을 준비했다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다음날 대부분의 직원이 출근을 했고 우리는 각자 PC방을 향했다.

나는 계약을 체결한 대기업을 찾아서 사정을 설명하며 "이번 계약은 포기하겠지만 다음 기회를 준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대기업 담당자는 "주어진 업무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계속 맡아달라"고 위로해줬다. 사실 그 순간이 회사가 다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나는 그 사건 이후 모든 회식은 그 고깃집만 찾았다. 되도록이면 고객사나 지인들의 만남도 그곳을 고집했다. 고깃집 아주머니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면 "내가 해준 게 뭐 있다고...기억도 나지 않구먼..."이라며 음식을 하나 더 내주시기까지 했다. 마치 은혜를 갚듯이 줄기차게 다녔다. 세월이 흐르고 사무실을 먼 곳으로 이전한 뒤에도 가끔 그곳을 찾았다.

그러다가 최근 몇 년을 들르지 못했는데 고깃집이 사라진 것을 보니 마음이 허전했다. 나의 무심함에 회초리를 들고 싶기도 했다.

이렇게 긴 에피소드를 쓴 이유는 '말 한 마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요즘 여기저기 막말이 난무한다. 그저 감정 나오는 대로 배설하고 남을 공격하며 느끼는 희열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기도 하다. 정당부터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언어 폭력의 전쟁터에 와 있는 것 같다.

지난 날 내가 위기에 있을 때 잘 모르던 사람이 무심코 던진 배려와 칭찬이 행운을 가져다줬다. 그 고깃집 주인 아주머니의 말 한 마디에 기업이 다시 일어나고 승승장구하는 일터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이 칭찬과 긍정의 '나비효과'는 우리 모두를 되살릴 수도 있는 기적일 수도 있을 텐데 왜 그토록 공격적인 언사로 상대를 죽이거나 배척하려고만 할까?

특히 경영을 하는 대표(CEO)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전략이 되고 실행이 된다.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꿈을 심어줄 수도 있다. 관계를 맺은 다른 기업이나 협력사에겐 천냥 빚을 갚을 수도 있고, 신뢰를 줄 수도 있다. 고객 전체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긍정의 힘! 칭찬의 힘! 그 나비효과를 일으켜야 할 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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