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기요금 원가공개' 아닌 판매시장 자유화가 필요하다

입력 2019-06-1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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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관계자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공청회에서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전기요금 원가 구성내역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용·주택용·농사용 등 용도별 원가는 영업비밀’이라던 한전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를 두고 탈(脫)원전 정책으로 적자가 누적된 한전이 누진제 개편 부담까지 떠안게 되자 정부에 반기를 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원가를 공개하느냐 마느냐는 전기요금을 둘러싼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설령 한전이 원가를 공개한다고 해도 모든 이해당사자가 수긍한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잘못하면 에너지 수급 상황에 따라 움직여야 할 전기요금의 조정 기능을 완전히 무력화할 위험성이 있다. 직시해야 할 것은 한전이 스스로 원가 공개 카드를 꺼내들 만큼 전기요금이 정치적으로 결정되면서 심각하게 왜곡돼 있는 현실이다.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에너지 전환으로 대부분의 국민은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환경단체들조차 전기요금을 억누르기만 하면 전기의 과도한 사용을 부추겨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에너지 효율 제고, 에너지 절약 등 소비구조 혁신을 강조했다. 전기요금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면서 어떻게 에너지 소비구조를 혁신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말하는 스마트그리드 역시 선진국처럼 소비자가 전기요금에 대해 선택권을 갖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가 공개가 아니다. 이대로 가면 전기요금이 더욱 왜곡되면서 에너지 수급에 심각한 위기가 찾아올지 모른다. 더 늦기 전에 반쪽짜리로 끝나버린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완결짓는 게 근본 해법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경쟁 도입, 소비자 선택권 확대 등 전력판매 시장 자유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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