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산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5)과 모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70)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일명 강성부 펀드)의 경영 참여를 막아야 하지만 오너가(家)의 갑질과 밀수입 등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서다.
13일 인천지방법원 형사6단독 오창훈 판사는 선고 공판을 열고 관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 벌금 480만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6300여 만원을 추징하기로 했다.
같은 혐의를 받은 이 이사장은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벌금 70만원을 선고 받았다. 추징금은 3700만원이다.
앞서 두 사람은 결심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죄송하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들은 관련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대한항공 문서 수발 시스템의 편리함을 우연히 알게 된 것일 뿐 밀반입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 직원은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의류와 가방 등 8900여 만원 상당의 물품을 205차례에 걸쳐 여객기로 밀반입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경영 복귀는 더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는 2014년 12월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타고 있던 항공기를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하도록 지시하고,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했다.
이에 구속기소 돼 2017년 12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바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이후 모든 경영 활동을 내려놓고 4년여 동안 자숙하며 지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은 집행유예 선고를 두 차례나 받았다”며 “강성부 펀드 등이 경영자로서 도덕적 자질 등이 부족하다고 지적할 수 있어 또다른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진그룹 분위기를 감안할 때 경영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6)는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그룹 사회공헌활동과 신사업 개발 등을 책임진다.
조 전 전무의 경영 복귀는 지난해 4월 ‘물컵 갑질’ 사건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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