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도 안봐주는 트럼프, 메르켈에 "가스관 제재·미군 감축" 위협

입력 2019-06-13 14:31   수정 2019-06-13 14:4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노드 스트림 2’와 관련해 제제 및 미군 감축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오랜 동맹인 독일과 △가스관 문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비 분담 △이란 핵협상 탈퇴 △수입자동차 관세 등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회담을 갖고 기자회견에서 “독일이 러시아 가스관에 의존함으로써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며 “나쁜 일이 벌어지면 러시아의 인질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노드 스트림 2’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1225㎞ 길이의 가스관으로 내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독일은 천연가스의 50∼75%를 러시아에서 들여오는데, 이 가스관이 완공되면 러시아의 공급량은 2배로 늘게된다. 독일은 값싼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부터 가스관 건설에 반대해왔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한 뒤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천연가스량을 통제했었다. 미 의회도 이 가스관 건설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제재하는 법안을 추진중이다.

일부에선 미국이 셰일가스의 유럽 수출을 늘리기 위해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폴란드가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150만t를 추가 수입하기로 했다고 자랑스레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독일의 NATO 방위비 분담금이 국내총생산(GDP)의 2%에 미달하는 걸 문제 삼으며, 독일 주둔 미군 일부를 폴란드로 옮기겠다고 압박했다. 독일은 지난해 GDP의 1.2%만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독일을 보호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독일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벌고 있다”고 비판했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위협을 느껴 미군 주둔을 희망해왔다. 두다 대통령은 주둔비 연 20억달러를 내고, 주둔기지 이름도 ‘트럼프 기지(Fort Trump)’로 명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폴란드엔 현재 미군 4500여명이 순환 배치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폴란드에 1000명을 추가 배치하겠다”며 “폴란드는 기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비용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폴란드가 F-35 전투기 30여대 구매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독일을 압박하는 데 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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