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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대표, YG 사퇴 발표
승리 버닝썬 게이트→비아이 마약 의혹 '혼돈'
양현석, 마지막 책임감은 어디로
그룹 빅뱅 승리에 이어 아이콘 비아이, 이제는 양현석 대표까지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를 떠났다. 그야말로 YG 엑소더스다.
YG 양현석 대표는 지난 14일 모든 직책과 업무를 내려놓겠다며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입에 담기도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이 무분별하게 사실처럼 이야기되는 지금 상황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참아왔지만 더 이상은 힘들 것 같다"면서 "제가 사랑하는 YG 소속 연예인들과 그들을 사랑해주신 모든 팬분들에게 더 이상 저로 인해 피해가 가는 상황은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다.
1996년 창립 이후 약 23년간 YG를 이끌어 온 대표가 건넨 마지막 인사.
양현석 대표는 "YG를 키우는데 인생의 절반을 바쳐왔다"고 했지만 그의 마지막은 결코 명예롭지 못했다. 오히려 대표에서 물러나는 게 책임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댄서로 시작해 대표의 자리까지 오른 그였지만 '사퇴'보다 '탈퇴'라는 말이 어울리는 초라한 퇴장이 아닐 수 없었다.
올 초부터 YG는 버닝썬 게이트에 연루된 승리로 인해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버닝썬 사태가 폭행, 성 범죄, 클럽 내 마약 유통 및 투약, 경찰 유착 등의 사회적 문제로 몸집을 불리면서 사내이사를 맡았던 승리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됐고, 이에 YG 역시 직격타를 맞았다. 대중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주가 역시 곤두박질쳤다.
결국 YG는 '손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초반 버닝썬 사태를 구설이라 치부하던 양현석 대표는 돌연 태도를 바꿔 승리의 팀 탈퇴와 전속계약 해지를 공식화했다. 이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혔다. 그도 그럴 것이, 승리를 끊어낸 후 YG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히 돌아갔다. 아티스트들의 컴백 행렬이 이어졌다. 이는 'YG 보석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속 가수들의 활동이 더뎠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였다.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할 선발 주자로 블랙핑크를 낙점하고, 보석함을 활짝 열어 위너, 이하이, YG 레이블 소속 전소미까지 내보냈다. 강원도 산불 피해로 쇼케이스가 취소된 블랙핑크를 제외하고는 위너, 이하이, 전소미까지 모두 컴백 라운드 인터뷰나 쇼케이스를 진행하며 홍보 활동도 활발하게 펼쳤다. 결과는 성공적. YG 불매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컴백 아티스트 모두가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대표 양현석은 자취를 감춰 비난을 샀다. 그간 SNS로 아티스트들의 컴백을 직접 홍보하던 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대중의 눈길을 피해 되려 내부 응집력을 키우는데 집중해 빈축을 샀다. 양현석 대표는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지자 직원들에게 "전혀 사실이 아니다. 불법적인 행동이나 부끄러울 만한 행동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 모든 진실은 곧 세상에 밝혀질 것"이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그렇게 '손절' 카드로 위기를 면피하는가 싶더니 또다시 문제가 터졌다. 아이콘 비아이의 마약 의혹이 불거진 것. YG에서만 벌써 다섯 번째 마약 논란이었다. 아티스트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 'YG=약국'이라는 오명은 결코 씻기 어려운 듯 했다.
이번에도 양현석 대표는 승리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비아이의 팀 탈퇴, 그리고 전속계약 해지를 알렸다. YG는 책임을 절감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제대로 된 상황 설명이나 사실 확인 없이 비아이를 끊어내는 모순을 보였다. 그렇게 YG가 또 다른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불신만이 남았다.
점입가경으로 양현석이 비아이의 마약 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개입 의혹까지 제기됐다. 자연스레 그가 어떤 입장을 낼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됐고, 침묵이 길어질수록 대중들의 분노는 더해만 갔다.
양현석이 내린 결정은 YG의 대표직 사퇴였다. 공들여 온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한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마땅할 터. 그러나 이번 입장문 역시 속 빈 강정과 같았다. 양현석의 참담한 심경, YG를 향한 그의 애정은 느낄 수 있었지만 일련의 사태와 관련한 설명, 해명, 해답 그 어떠한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뒤이어 사임 의사를 밝힌 양현석의 동생이자 공동 대표인 양민석 역시 "더 이상 인내하며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자신의 결정이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는 말만 남겼다.
이렇게 양현석은 직접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스스로 봉합했다. "'구설'의 사실관계는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는 게 유일한 입장이라면 입장인 셈. 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에도 끝내 대중들은 양현석의 책임 있는 모습을 마지막까지 볼 수 없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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