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조성 발표했지만
집값 안정 효과 낼지는 미지수
부동산시장 흐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 부동산시장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강남권 급매물이 조금씩 팔리기 시작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리더니 이젠 전고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거래량은 점차 늘고 있다.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9월 1만222건이 거래된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 올해 2월 1574건으로 바닥을 찍었다. 하지만 3월 1786건으로 거래가 늘더니 4월 2395건, 5월 3332건으로 불어났다. 심리지표도 4월부터 오름세를 보이는 중이다. 매매지수 또한 봄부터 상승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는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예정보다 이른 5월에 발표한 건 부동산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의 신호는 단순하다. 서울과 가장 가까운 곳에 양질의 일자리와 주택을 싸게 공급할 테니 굳이 비싼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라는 것이다. 서울과 인접한 신도시에 주택을 공급하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신도시 발표 이면엔 이명박 정부 시절 보금자리주택의 추억이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금자리주택은 무주택자와 신혼부부에게 150만 가구의 주택을 1기 신도시보다 좋은 위치에 공급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른바 ‘반값 아파트’ 광풍을 일으켰다. 집을 살 능력이 충분한 사람들도 ‘로또’를 기다리기 위해 전세로 눌러앉았다. 이 대기로 서울 집값을 잡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지방 집값과 서울 전셋값 폭등이 유발됐다.
하지만 이번 정부가 3기 신도시를 통해 과거와 같은 정책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황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는 세계경제가 금융위기의 여파로 침체 국면을 면치 못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서울 주택 공급에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강력한 규제로 서울 전체 공급 물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재개발·재건축이 막히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급 부족이 심해져 가격 상승이 가속화할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3기 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극렬한 주민 반대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도 관건이다. 우여곡절 끝에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1·2기 신도시와 경쟁하게 된다. 서울 부동산시장에 대한 영향은 외곽 지역 정도에 그친다. 서울에서 큰불이 났는데 경기도에 모든 소방차를 보내 불을 끄려 하는 형국이다. 번지수가 틀렸다는 의미다.
직장이 서울인 이들에게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 거주하라고 한다면 어떨까. 대부분은 서울에 전셋집이라도 구하려 할 것이다. 생활권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수요가 있는 곳에 지속적으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수요가 부족한 곳에 공급이 지속된다면 미분양이 쌓이고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여러 지방 도시가 보여주고 있다.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서울 부동산시장에 대해 일시적 반등이란 의견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은 추세다. 단기 부동자금은 1200조원을 육박한다. 좋지 않은 경제 상황 때문에 이 부동자금이 호시탐탐 부동산시장 진입 시기를 재고 있다. 계절적 요인까지 고려하면 8월 이후 입지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강세가 뚜렷해질 것이다.
부동산 투자는 대박을 꿈꾸는 투기 수단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대비해 재산 가치를 지키고 불려가는 수단이다. 기회는 노력하고 준비하는 자에게 온다. 눈을 크게 뜨고 시장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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