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2020 미국 대선
[ 주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왼쪽)이 1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재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민주당은 26~27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첫 대권주자 TV 토론을 한다. 내년 11월 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16개월간의 ‘백악관 입성 경쟁’이 시작된다. 현재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내년 대선은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오른쪽)의 양자대결 구도가 유력하다.
트럼프, 재선 성공할까
최대 관심은 누가 내년 대선의 승자가 되느냐다. 여론조사는 엇갈린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점치는 유권자가 절반을 넘었다. CNN이 지난달 28~31일 성인 1006명을 조사한 결과 54%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선에 실패할 것이란 예상은 41%였다. 지난해 10월 4~7일 여론조사(1009명)에선 ‘재선에 성공할 것’이란 응답이 46%, ‘재선에 실패할 것’이란 응답이 47%였다. 지난해 11월 6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했지만, 유권자들이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망은 더 높아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주요 대권주자와의 가상대결에서 모두 밀리고 있다. 미 정치 사이트인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가 각종 여론조사 평균치를 낸 걸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유력주자인 바이든 전 부통령과 맞붙으면 48.7% 대 40.6%로 패배한다. 민주당 경선 2위 그룹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48.6%)과 대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43.8%)이 밀리는 것으로 나왔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주요 후보 누가 나와도 이기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 6~10일 미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과 샌더스 의원은 물론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피트 부트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코리 부커 상원의원 등 민주당 주요 대권주자 6명 모두에게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실제 투표 결과는 다를 수 있다. 2016년 대선 때도 여론조사 내내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앞섰지만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였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내심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샤이 트럼프’ 성향의 유권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승패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에서 갈릴 전망이다. 의회전문 매체인 더힐은 “내년 대선은 미시간주(선거인단 수 16명), 펜실베이니아주(20명), 위스콘신주(10명) 등 3개 경합주가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 이들 3개 주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선 민주당 표심이 우세했다.
미 정치 전문 사이트 ‘270투윈(270 to win)’에 따르면 이들 3개 주 외에 플로리다주(29명)와 애리조나주(11명)도 경합주로 분류된다. 5개 경합주에 걸린 선거인단은 모두 86명이다.
민주당 경선, 바이든 대세론 이어질까
트럼프 대통령과 대선에서 겨룰 민주당 대항마가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현재 민주당 경선후보만 23명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 대선 후보가 굳어지다시피 한 공화당과는 상황이 다르다.
민주당 경선의 선두주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 3위 그룹을 큰 차이로 따돌리며 독주하고 있다. 하버드 캡스-해리스 폴이 지난달 29~30일 153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성향 응답자의 36%가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답했다. 2위인 샌더스(17%)와 3위 해리스(8%)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그의 강점은 ‘당선 가능성’이다. 민주당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꺾을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쪽으로 이탈했던 백인 노동자층 표를 다시 흡수할 수 있고, 오랜 정치 경력으로 안정성을 갖춘 것도 강점이다.
반면 ‘반(反)트럼프’ 말고는 뚜렷한 메시지가 부각되지 않는다는 건 약점이다. 민주당 내 급진파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표를 제대로 단속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힐러리는 2016년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경쟁자였던 샌더스의 지지표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72)보다 네 살 많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고령(76)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 이민이 이슈
전통적으로 미 대선의 핵심 이슈는 경제였다. 현재 상황만 보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미국 경제는 2차대전 후 최장기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올 1분기 성장률은 3.1%(전분기 대비 연율 환산)에 달했고 실업률은 반세기 만에 최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경제’는 기록을 세우는 중이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대통령직을) 차지한다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 같은 시장 붕괴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제프 게이린은 AP통신에 “경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대선국면을 앞두고 경기가 꺾일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2.9%에서 올해 2.6%, 내년 1.9%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유권자에게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지난달 퀴니피액대 조사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에 대한 반대가 찬성보다 많았다. 특히 러스트벨트 지역에서도 반대(56%)가 찬성(41%)을 크게 앞질렀다.
이민 문제는 지난 대선에 이어 내년 대선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은 미국 남부 국경장벽 건설 등 이민자 억제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는 ‘트럼프 탄핵론’은 공화당이 상원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의회 구도상 현실성이 없다. 하지만 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이슈다.
북핵 문제는 국내 문제가 부각되는 미 대선에서 핵심 이슈가 되긴 어렵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 예측 불가의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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