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이익이 줄어들거나 손실을 본 '실적 부진' 기업 3곳 중 2곳이 직원 평균 연봉을 더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률과 복리후생 강화 등을 고려한 결정이지만,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구조조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7일 기업정보 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에 따르면 국내 1000대 상장기업의 직원 보수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지난해 전체 평균 급여는 5537만원으로, 전년(5308만원)보다 4.3% 상승했다.
지난 2016년(5123만원)과 비교하면 8.1%나 높아진 수준이다. 지난 2017년과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1.9%와 1.5%였다.
1000대 상장사 중 지난해 직원 연봉이 오른 기업은 680곳이다. 줄어든 기업(320곳)의 2배를 조금 넘었다.
이른바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직원 평균 연봉 1억원 이상 기업은 지난 2016년 4곳에 불과했지만, 2017년 9곳으로 늘어났다. 이어 지난해엔 12곳에 달하면서 2년 새 3배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별로는 지난해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린 기업의 직원 평균 보수가 7128만원이었다. ▲5000억∼1조원 미만 기업 6293만원 ▲ 1000억∼5000억원 미만 기업 5159만원 ▲1000억원 미만 기업 4792만원 등 대체로 비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회사의 영업 실적과 직원 보수와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CXO연구소는 지적했다.
1000대 상장사 중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거나 영업손실을 본 기업은 597곳이었다. 이중 398곳(66.7%)은 직원 평균 급여가 증가했다.
오일선 소장은 "회사 내실이 나빠지는데도 고정비 형태의 직원 보수만 오르면 결국 인건비 부담이 커져 경쟁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위기 국면에서는 자칫 인력 구조조정의 칼을 꺼내 들 확률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과 관계없이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경우 자동화 시스템 도입의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어 고용악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개인의 소득 증가와 기업의 지속성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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