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빼고 열리는 '반쪽 국회'…추경 심사·청문회 '가시밭길'

입력 2019-06-17 17:41  

여야 4당, 6월 임시국회 소집
20일부터 열려

한 달 반 만에 국회 열리지만
'경제청문회' 놓고 공방전



[ 김소현 기자 ]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 이후 파행을 거듭해온 국회가 한 달 반 만에 다시 열린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17일 6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공동으로 제출했다. 임시국회는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이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면 72시간 뒤에 개회한다.

이에 따라 문희상 국회의장은 20일부터 임시회를 연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당이 ‘경제 실정(失政)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며 여전히 등원을 거부하고 있어 임시국회가 정상 가동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소집 요구에 민주당 합류

바른미래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소속 의원 25명 만장일치로 단독 국회 소집을 당론으로 정한 뒤 오후 5시께 국회 의사과에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오늘도 최대한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의 합의를 끌어내려 했으나 무산됐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의 소집 요구서엔 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무소속 의원 73명이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소집 정족수는 재적 의원(298명)의 4분의 1인 75명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바른미래당을 따라 국회 소집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54일째 표류 중”이라며 “이번 추경안에는 강원 산불 피해, 미세먼지 등 긴요한 예산이 포함돼 있다”고 국회 소집 필요성을 설명했다.

한국당은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의 단독 국회 소집에 “제1 야당의 존재를 무시한 야합”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우리가 백 번 양보해 국회에서 경제 청문회를 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추경안 심사를 하자고 제안했는데 (여당은) 그것조차 받지 않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투쟁은 쉽게 양보할 수 없다. 함부로 물러설 수도 없다”며 여권과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문은 열었지만…‘반쪽 국회’ 불가피

6월 임시국회는 이달 20일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본회의 개의는 물론 국회 상임위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민주당이 임시국회 최우선 과제로 꼽은 추경안 심사는 한국당 협조 없이는 한 발짝도 뗄 수 없다. 추경안을 심사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의 임기는 지난달 말로 끝나 여야가 새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회의를 주관하는 위원장이 한국당 몫이란 점도 추경안 심사의 파행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와 지난 3일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안이 제출된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난항이 예상된다.

여당은 한국당과의 합의 없이 추경 시정연설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시정연설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더라도 문희상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해찬 대표는 “우리 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원회를 즉각 소집해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며 “‘국무총리가 (추경) 시정연설을 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야 3당 “경제 청문회 열어야” 한목소리

여야는 이날도 경제 청문회 개최를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터무니없는 경제 실정과 국가부채 논쟁 등 정쟁을 위한 나쁜 청문회를 민주당은 수용할 수 없다”며 “무리한 요구이기도 하지만 협상의 예법을 벗어난 요구”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 청문회는 민주당의 자존심을 내놓으라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나 원내대표는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추경안은 사실상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기조하에 이뤄진 것인 만큼 청문회 요구 역시 관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한국당의 경제 청문회 개최 요구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오 원내대표는 “경제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비판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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