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기수 건너뛴 파격인사…檢 물갈이·적폐수사 '가속도'

입력 2019-06-17 17:52  

檢 수장에 윤석열…인사태풍 예고

문 대통령, 검찰총장 후보 지명



[ 김형호/안대규/좌동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신임 검찰총장 후보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23기·사진)을 지명했다. 다음달 24일 임기가 끝나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후임이며 문재인 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 인사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윤 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고 대변인은 “윤 후보자는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줬고,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 아니라 국민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18일 국무회의에서 윤 후보자 인사 안건을 의결한 뒤 국회에 인사청문회를 요청할 예정이다. 그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검찰총수가 나오게 된다.

문 대통령이 윤 후보자를 서울중앙지검장에 ‘깜짝’ 발탁한 지 2년 만에 검찰총장으로 지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만큼 검찰 내 대대적 인적 쇄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 후보자는 18기인 문 총장보다 다섯 기수 후배다. 고 대변인은 기수 파괴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할 부분은 아니며 검찰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문무일 검찰총장(사법연수원 18기)보다 5기 후배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23기)이 지명됨에 따라 검찰 내 ‘인사태풍’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윤 검찰총장 후보자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처음으로 고등검사장을 거치지 않은 총장이 된다. 적폐수사를 진두지휘한 ‘특수통’ 총장이 취임하면 기업에 대한 수사 강도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기수 파괴로 ‘조직 통제’ 포석

검찰 내부에선 윤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 출범의 공로가 큰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 출신이어서 일찌감치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총장을 한 번 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한 뒤 검찰총장보다 서울중앙지검장을 먼저 임명한 것이나, 윤 후보자(59)보다 나이가 어린 문 총장(58)을 검찰총장에 앉힌 것도 이런 포석이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발생하는 검찰 내부의 동요를 막고 강도 높은 적폐 수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청와대는 윤석열로 상징되는 ‘적폐수사’가 내년 총선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윤 후보자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 당시 상관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공개 항명 파동’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는 인물”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문 대통령의 레임덕 우려가 나올 수 있는 정권 후반기보다는 중반기에 총장직을 맡긴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재계 “먼지털기식 수사하나” 초긴장

윤 후보자는 법조계에서 ‘수사지상주의자’로 평가받는다. 2013년 이후 폐지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서울중앙지검에서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특수수사 전성시대’를 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계는 ‘초긴장’ 상태다. 한 대기업 대관 담당 부사장은 “윤 후보자의 특징은 한번 목표물을 정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무적 판단도 하지 않은 채 먼지털기식 수사를 하는 것”이라며 “경제 여건을 감안해 단기간에 환부만 도려내는 ‘명의(名醫)식 수사’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우려했다.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최근까지 지휘한 사건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의혹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 치료제(인보사케이주) 관련 허위 자료 제출 혐의 등이 있다. 특히 삼성 수사에서 그가 보인 ‘집요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작년 삼성 노조 와해 의혹 한 사건만으로 서울중앙지검은 삼성전자를 열 차례 이상 압수수색하는 기록을 세웠다.

올 들어 삼성바이오 수사 과정에서도 압수수색은 열 차례, 임직원 소환 조사는 80회 있었다. 다만 오는 7월 25일 윤 후보자가 총장에 취임한 후 이어질 서울중앙지검장 인사에 따라 기업 수사 방향이 구체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 내에서는 문 대통령과 대학 동문으로 경희대 출신 첫 검사장인 이성윤 대검 반부패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되면 ‘핀셋형’ 기업 수사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파격인사 후폭풍…검사장급 이상 대거 교체 예상

군대처럼 서열문화가 강한 검찰 집단에선 검찰총장의 연수원 선임 기수는 퇴직하는 것이 관례다. 법무부에 따르면 윤 후보자의 선배 및 동기 검사장만 19기부터 23기까지 30여 명에 달한다. 전국 18개 지방검찰청과 6개 고등검찰청 검사장이 상당수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줄줄이 사의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고위관계자는 “윤 후보자를 검찰총장에 지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이명박 정부 시절 출세한 검찰 간부를 모두 ‘물갈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수 파괴로 40대 중·후반 연령대의 검사장이 나오고 50대 초반의 고검장이 나오는 검찰 역사상 ‘전무후무’한 현상도 벌어질 전망이다. 법원과 기수 차이도 커져 어떻게 대등한 관계를 정립할지도 미지수다. 평소 경찰 수사에 많은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 그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청와대 국회와 어떻게 보조를 맞춰갈지도 미지수다. 검찰총장은 국회 동의 대상이 아니다. 청문회는 거치지만 야당의 동의 없이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1960년 서울 출생
△서울 충암고, 서울대 법대 졸업
△사법시험 33회(사법연수원 23기)
△대구지검 검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대검 검찰연구관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
△대검 중앙수사2과장
△대검 중앙수사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대구고검 검사
△대전고검 검사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
△서울중앙지검장

김형호/안대규/좌동욱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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