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올해의 화두는 역시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주 52시간 근로제의 전면 시행’이다. 물론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다양한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보틱 자동화’를 뜻하는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는 사람이 컴퓨터로 하는 일 중 반복적이고 패턴화된 일을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실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론으로 관심받고 있다.
한국의 기업문화를 수식하는 말 중에는 ‘부지런한 비효율’이란 말이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근무시간이 가장 길지만 생산성과 효율성 지표는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다. 여기에는 여러 사회문화적인 이유와 함께 단순 반복 업무로 인해 직원들이 진짜 성과를 내는 일에 몰두할 시간이 부족한 구조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에서 RPA가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본은 이미 여러 기업이 RPA를 도입했다. 컨설팅 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도부터 은행권을 시작으로 RPA를 도입한 일본 기업들의 업무 시간은 종전보다 70~80% 단축됐다. 20~30%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RPA 도입을 통해 진짜 얻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RPA는 자동화를 통해 직원들의 경험을 디지털로 전환해 자산화하고, 직원들이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업무 효율성’과 ‘자동화’라기보다 ‘디지털 자산화’와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자산화’는 창업 이래 축적한 업무 경험을 디지털 자산으로 쌓는 것이다. 새롭게 A라는 업무를 맡은 직원은 전임자가 디지털 자산화한 경험에 자신의 성과를 덧붙이면 된다. 개인의 실력이 기업 자산이 되고, 이 기업의 자산을 활용해 개인이 실력을 발휘하는 조직문화가 생기는 것이 RPA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RPA는 최고경영자(CEO)의 과제다. 정보기술(IT) 부서가 ‘자동화’ ‘효율화’ 목적으로 RPA를 도입하고 다루게 되면 궁극적인 목표인 ‘기업 경험의 디지털 자산화’를 놓칠 수 있다. RPA는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같은 IT 솔루션이 아니라 로봇을 통해 기업의 노하우를 담아내고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플랫폼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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