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
[ 이미아/강동균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이 오는 20~21일 북한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조선중앙통신과 신화통신이 17일 동시에 보도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2005년 10월 방북한 이후 약 14년 만이다. 시 주석은 부주석이던 2008년 6월 평양을 방문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을 만난 적이 있지만, 김정은 집권 후에는 북한을 방문한 적이 없다.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은 김정은의 초청에 따른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네 차례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으며, 지난 1월 방중 당시 시 주석에게 공식 초청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시 주석의 방북에 대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협상의 조기 재개와 이를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갈등의 정점에서 전격적으로 ‘북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오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한을 지렛대로 한 ‘대미 공조 전선’을 다지겠다는 의도다. 북한도 중국을 끌어들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를 향해 제재 압박을 철회하라는 우회적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포석이다.
중국의 노림수는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이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방북하는 것도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시 주석이 올 상반기 북한을 찾을 것이란 관측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3월부터 올 1월까지 모두 네 차례 중국을 찾아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김정은은 1월 베이징에서 열린 4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을 평양에 초청했고, 시 주석은 가까운 시일 내 방문하겠다고 화답했다. 김정은이 네 차례나 중국을 찾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시 주석도 이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자신의 생일(6월 15일)을 전후해 방북하리란 전망이 많았다.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앞두고 북·중 간 전략적 협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속에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놓고 홍콩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 사태와 미국의 전방위적인 무역 보복으로 수세에 몰린 시 주석으로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보여주는 게 자신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방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또 올해가 북·중 수교 7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이 이번 방북 기간에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고 북·중 관계 강화 및 북한 비핵화 협상 중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북 3차 정상회담 임박 신호?
시 주석의 방북은 북한 비핵화 협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정은이 항상 ‘빅 이벤트’를 앞두고 시 주석과 회담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4·27 판문점 남북한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3월 25일 베이징을 방문했다. 지난해 5월 7일엔 다롄을 방문해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올 들어서는 2차 미·북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둔 1월 7일 베이징을 3박4일간 방문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소원했던 북·중 양국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전략적 소통’ 관계를 복원했다. 혁명의 같은 진지를 쓴다는 뜻으로 ‘한 참모부’라는 표현이 나왔을 정도다. 시 주석의 방북이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 전략과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정은은 시 주석의 방북을 통해 “중국이 북한의 뒷배에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강력히 보내고,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재선 모드에 들어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 기조를 꺾지 않겠다고 강조하는 가운데 대미 협상 전략에 대해 시 주석에게 자문할 것으로 보인다.
신상진 광운대 교수는 “김정은은 자신이 미·중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을 할 중요한 카드가 될 것을 알고 있다”며 “홍콩, 대만 문제로 코너에 몰린 중국으로선 우군 확보를 위해 북한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시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6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한국이 미·중 사이에 끼어 있는 국면에 섣불리 중국을 통해 남북 회담 성사를 위한 연결고리를 찾으려 할 경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미아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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