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명의로 종부세 아끼고 상급지로 갈아타기"
“한 가구가 매물로 나오면 하루에 세 팀이 집을 보러 옵니다.”
1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공인 관계자는 “지난달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부터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매매가 늘면서 호가도 야금야금 오르는 중이다. 지난해 여름 최고가를 넘어서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서울에서 한 등급 더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갈아타기’ 수요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이런 영향으로 종착지로 꼽히는 압구정동, 반포동, 대치동 등의 집값이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최고가 쏟아지는 압구정
압구정동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현대7차’ 전용면적 144㎡가 이달 31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썼다. 지난해 여름 고점 대비 5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올해 연초와 비교하면 1억3000만원가량 올랐다. A공인 관계자는 “후속 매물의 호가가 33억원부터 나오고 있다”며 “30억원대를 고려하고 집을 알아보던 매수인들은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단지들의 동향 또한 올겨울 싸늘하던 분위기완 사뭇 다르다. 압구정3구역 정중앙에 들어선 ‘현대5차’ 전용 82㎡ 로열층은 이달 24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2년 전 최고가를 뛰어넘는 가격이다. 호가는 이미 26억원으로 달아났다. 대형 면적대도 강세다. ‘신현대11차’ 한강변 전용 183㎡는 최근 39억원에 손바뀜이 이뤄지면서 지난해 9월 최고가와 같은 수준까지 올랐다. 3개월 전보다 2억5000만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매도인은 연초 36억원 안팎에 집을 내놓았다가 매수심리가 살아나자 호가를 더 올려 매도했다.
최고가에 다가서는 단지도 여럿이다. ‘현대1차’ 전용 131㎡ 중층 매물은 최근 27억9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종전 최고가(29억5000만원)에 근접하는 중이다. 연초와 비교하면 이미 1억4000만원 가까이 뛰었다.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를 원하는 1주택자들이 ‘종착지’인 압구정으로 몰리고 있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신만호 중앙공인 대표는 “반포나 잠원, 대치, 개포 등에서 오는 매수인들이 늘고 있다”며 “매도인들의 기대 가격 또한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더 좋은 곳으로…” 연쇄 갈아타기
갈아타기는 강남·북을 오가며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집값이 크게 오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강북 뉴타운 소유자들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로 이동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잠실 일대 10년차 안팎 단지들의 매매가가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리센츠’ 전용 84㎡는 연초만 해도 14억 중반대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엔 17억원 선을 회복했다. 호가는 17억5000만원까지 나온다. 잠실동 B공인 관계자는 “거래의 절반이 타지에서 잠실로 새로 진입하려는 수요”라며 “전화도 못 받을 정도로 계약이 많아져 호가가 1억~2억원씩은 올랐다”고 전했다.
자녀를 둔 송파구 거주자는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대치·개포동으로 옮겨타고 있다.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해 지난 2월 입주한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 입주권은 연초만 해도 13억 초반대에 거래됐지만 요즘은 16억5000만원이 최저가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의 마지막 행정절차인 이전고시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매매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매수 대기자들이 많은 편이다. 강남에 드문 신축 아파트인 까닭이다. 정지심 태양공인 대표는 “대치동 등 주변에 연식이 오래된 단지에서 재건축을 기다리다 건너오는 이들도 있다”면서 “18억30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 84㎡는 19억9000만~20억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대치·반포동 집을 팔고 압구정동으로 이동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 재건축이 되고 나면 압구정동 일대가 집값 ‘원톱’ 지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강남·북 모두에서 지역 내 갈아타기가 활발하다. 전세에서 매매로, 중소형 주택형에서 중대형 주택형으로 갈아타는 식이다. 배찬석 아현스타공인 대표는 “4월 한 달 동안 3~4건 거래가 전부였던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이달에만 15건 이상 계약이 체결됐다”며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고 보고 소형에 중형 면적대로 옮기거나 전세에서 자가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채 더 사는 대신 한 등급 높은 지역으로 이동
전문가들은 지난 봄부터 대치동 ‘은마아파트’ 시세가 반등한 게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값이 뛰면서 강남 집값이 꿈틀한 게 1주택자들의 조바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정부가 3기 신도시 카드를 꺼냈지만 강남 수요를 분산하기엔 역부족이었던 데다 새 아파트 분양까지 밀리면서 대기수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양도소득세가 무거워진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잠기면서 호가가 오르기는 더욱 쉬운 장세가 됐다”고 진단했다.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투자자들이 집을 한 채 더 사는 것보다는 한 등급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의식해서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최근 갈아타기 장세에서 나타난 공통점이 공동명의라고 입을 모은다. 높아진 보유세 부담을 절감할 수 있는 수단이어서다. 배찬석 아현스타공인 대표는 “열에 일곱여덟은 공동명의를 찾을 정도로 대세가 됐다”고 전했다. 신만호 중앙공인 대표는 “부부뿐 아니라 부모와 자식 사이 일정 비율로 공동명의를 고려하고 세무상담을 받는 고객도 늘고 있다”며 “종합부동산세 절세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주택자는 현행 종부세제에서 공시가격 기준 9억원(단독소유)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만약 부부가 절반씩 공동 소유한 주택이라면 공제 범위는 12억원까지 늘어난다. 남편과 아내에게 모두 인별 공제한도 6억원이 적용돼서다. 향후 되팔 때의 양도세까지 고려하면 공동명의의 절세 효과는 더욱 크다. 주택수 산정은 가구별로 합산하지만 차익에 대한 세금은 인별로 따지기 때문이다. 양도세가 누진 구조인 만큼 명의를 분산하면 세율 구간을 낮추기도 유리하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1주택 가구의 경우 종부세 기본공제(9억원)를 12억원까지 늘리기 위해 공동명의 전환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때 장기보유공제 혜택이 사라지고 취득세를 다시 내야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새로 취득하는 주택에 공동명의 전략을 적용하는 게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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