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상장사들이 설비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 쏟아 부은 돈이 51조6000억엔(약 559조2872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상장사의 투자 규모가 3년 연속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그동안 자금을 쌓아두는 것에 중점을 뒀던 일본기업의 재무전략이 변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경제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일본 기업들이 미래 성장을 향한 투자에 우선순위를 뒀다는 것에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상장사 3600여개(금융사 제외)의 2018년 현금흐름과 자산·부채 동향을 분석한 결과, 공장이나 기계의 취득·매각이나 M&A관련 움직임이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상장사들의 지난해 투자현금흐름 지출액은 51조6000억엔으로 전년 대비 3%증가했습니다. 3년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이 같은 투자현금 흐름 규모는 5년 전에 비해 20%가량 늘어난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의약, 화학, 섬유, 소매, 건설, 서비스업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활발했습니다. 일본 최대 제약사인 다케다약품공업이 아일랜드 제약사 샤이어를 인수하는 초대형 M&A가 성사된 것을 비롯해 미쓰비시케미컬홀딩스 산하 다이요닛산이 미국 프랙스에어의 유럽 사업 일부를 인수하는 등 일본기업의 해외 M&A가 부쩍 활발해졌습니다.
로봇 등 자동화 분야 투자도 활발했습니다. 일본사회에서 심화되고 있는 일손부족 현상에 적극 대응하고 나선 것입니다. 다이세이건설은 로봇 시공 등 IT(정보기술)분야 투자를 강화했습니다.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 등 무형자산 보유규모는 5년 전의 2.6배 수준에 달합니다. 유통업체 이온은 터치패널로 조작을 간소화한 계산대를 도입하는 등 투자규모가 전년 대비 1.5배로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 경기 불안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투자를 늘린 점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목했습니다. 지난해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일본 상장사들이 사업 활동에서 얻은 현금은 59조5000억엔(약 645조7356억원)으로 전년 대비 7%줄었지만 투자와 M&A등에 영업현금흐름의 86%를 쏟아 부었다는 것입니다. 영업현금흐름 중 투자·M&A에 사용된 금액 비율은 5년 전 대비 5%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비록 실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 조사대상 일본기업들은 올해도 설비투자를 10%가량 늘릴 계획이기도 합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시계 제로(0)의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기업들은 미래성장을 향한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어찌 보면 미·중 대립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일본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준비를 하고 나선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발 빠른 준비가 과연 의도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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