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발행, 페이스북의 '새 판 짜기' 노림수

입력 2019-06-19 15:14   수정 2019-06-20 13:07

'리브라 프로젝트' 백서 공개
"금융·커머스 분야 진출 포석"



페이스북이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암호화폐) ‘리브라’ 출시를 공식화했다. 리브라는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 이용자들이 이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플랫폼 내 송금·구매·결제를 유도하는 결제시스템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블록체인 업계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절감한 페이스북이 금융과 커머스(상거래)까지 내다보고 새 판 짜기 시도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페이스북은 18일(현지시간) 리브라 프로젝트 백서를 공개하고 “리브라는 암호화된 보안성과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자금을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서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내년까지 메신저와 왓츠앱 등에서 구매·송금 기능 결제서비스를 도입한다. 리브라는 2020년 프라이빗(기업용) 블록체인으로 시작해 5년 안에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초기엔 페이스북 SNS 서비스를 활용한 개인간(P2P) 거래에서 시작, 향후 커머스 결제에도 쓰이는 화폐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암호화폐는 은행 등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네트워크 참여자간 직접 거래 가능한 게 특징. 수수료 비용을 제로(0)에 가깝게 절감할 수 있다. 리플 같은 해외송금 분야에 특화된 암호화폐나 관련 프로젝트들이 나온 배경이다.

또한 블록체인의 분산원장이 지니는 탈중앙화 속성 탓에 전체 참여자 확인·승인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져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한 장점이 있다. 반면 거래 처리속도가 느리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단 리브라 프로젝트는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와는 성격이 다르다. 스테이블 코인(가치변동이 적은 암호화폐) 형태로 발행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의 급격한 가치변동 속성 때문에 화폐로 사용하기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리브라 프로젝트 재단에는 글로벌 카드회사 마스터카드,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 승차공유업체 우버,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 안데르센 호로위츠 등이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이들은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1000만달러씩 출자하기로 했다.

페이스북의 저력은 무엇보다도 이용자 풀(pool)에서 나온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도, 핀테크(금융기술) 분야에서도 ‘신규 진입자’일 뿐이지만 페이스북의 전세계 20억 이용자를 토대로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김형중 고려대 교수는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가령 페이스북의 20억 고객이 10달러짜리 코인(리브라) 하나씩만 사도 순식간에 200억달러가 쌓인다. 그대로 은행이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기존 신용카드·현금 결제를 대체해 이용자들을 페이스북 플랫폼에 붙들어놓는 효과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블록체인 업계는 페이스북이 단순 암호화폐 발행을 넘어 새로운 자체 금융플랫폼을 구축하는 동시에 중앙화된 기존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시도로 해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은 그동안 플랫폼 독과점을 통한 사업모델을 구축했지만 앞으로의 성장성에는 물음표가 달린다”며 “리브라 프로젝트는 마스터카드, 페이팔, 우버 같은 곳들과 손잡아 금융·커머스로 분야를 확장하고 생태계 규모 및 다양성, 네트워크 효과를 키우는 복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페이스북이 미국 반(反)독점법,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GDPR) 등 각종 암초에 부딪치는 본질적 문제점을 중앙화된 비즈니스 모델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모델을 한 해법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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