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정진 기자 ]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술로 인해 달라진 세계에서 개인이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영향을 받는지 다뤄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SF(공상과학소설)인데도 어려운 이야기는 빼고 쉽게 쓰려고 했습니다.”
장르 소설계에서 주목받는 SF 작가인 김초엽(26·사진)은 최근 출간한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동아시아)에서 추구한 주제의식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번 소설집은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을 받은 그의 수상작들과 월간 현대문학에 실렸던 SF 단편 일곱 편을 묶었다. 김 작가는 포스텍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생화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전공인 바이오센서 연구자 대신 전업 소설가의 길을 택했다. 그는 “전공분야인 생명과학이나 화학은 인간에게 바로 적용되고 단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기에 인간을 중심으로 다루는 소설 창작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들은 복잡한 과학용어나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적 설명이 거의 없다. 문장은 간결하고 과학적 설명은 소설 속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 딱딱하지 않다. 김 작가는 “복잡한 기술을 설명하는 군더더기 자체를 장르적 매력으로 보는 독자들도 있지만 SF에 익숙하지 않은 분도 소설을 읽었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SF 여성 작가들의 스타일을 많이 분석했다고 했다. 영향을 준 국내 작가로 김보영과 정소연, 외국 작가로는 옥타비아 버틀러를 꼽았다. 그는 “소설을 써오면서 과학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 과학기술학에 관심을 많이 두게 됐다”며 “SF로 분류하지 않더라도 기술로 인한 인간소외나 기술발전을 누리지 못하는 타자의 입장을 공감의 영역에서 주시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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