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의 60%로는 분양 못해"
일반분양 500여 가구 공급 차질
심의 늦어져 입주 지연도 영향
[ 민경진 기자 ]
서울 강남권 알짜 입지에서 신반포3차, 반포경남 아파트 등을 통합 재건축하는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가 결국 후분양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심사를 통과하려면 주변 시세의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분양가로 공급해야 하는 까닭이다.
신반포3차·경남 후분양 못박아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조합은 정비사업을 통해 생기는 일반분양 물량 약 500가구에 대해 후분양제를 적용한다고 20일 밝혔다. 아파트 건설을 80% 이상 마친 뒤 분양해 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한다는 방침이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조합원들에게 후분양제 시행과 그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며 “후분양제 도입은 관리처분계획안을 바꿔야 하는 사안이 아니어서 총회 결의가 필요 없다”고 밝혔다.
조합은 이미 지난해 중순부터 후분양제 도입을 논의했다. 인근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등의 3.3㎡당 가격이 9000만원을 육박하고 있지만, 당시 주변 분양가의 110%를 초과할 수 없다는 HUG 규정에 따라 3.3㎡당 평균 분양가는 4000만원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달 초 HUG가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내놓으면서 분양가를 더 낮게 책정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새 기준에 따르면 HUG가 서울 등 전국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보증을 내줄 때 분양가 상한 기준을 더 낮춰 분양 아파트가 속한 자치구 내에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가 있으면 100% 수준으로, 1년 초과는 105%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공정률 80% 이후에 분양하면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다만 준공까지는 시공사의 연대보증이 필요하다. 후분양제는 분양가를 조합이나 사업자 자율로 정할 수 있지만 분양 시기가 늦춰지는 만큼 공사비에 대한 이자비용 등이 발생하는 단점도 있다.
조합은 정확한 분양 시기는 추후 결정키로 했다. 반포동 D공인 관계자는 “후분양 사업장은 분양 시점 부동산시장에 따라 사업성이 크게 좌우된다”며 “하지만 반포동 일대는 입지 여건이 뛰어나 크게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베일리 입주 시기도 1년 이상 지연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정비사업은 서초구 반포동 1의 1 일대 16만8467㎡를 대상으로 한다. 신반포3차, 반포경남, 우정에쉐르1차, 경남상가 등 6개 시설을 통합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았다.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 올림픽대로, 경부고속도로 등이 가깝다. 사업지가 계성초, 신반포중, 덜위치외국인학교 등 선호도 높은 교육시설과 맞닿아 있다. 일부 가구에선 한강변 조망이 가능할 전망이다.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사업 기간은 최근 1년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조합이 제출한 건축심의 변경안의 인허가가 늦춰지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조합이 기부채납(공공기여) 명목으로 사업지 내에 짓는 공공청사에 대한 설계 변경 내용이 발목을 잡았다.
서초구는 약 8개월간 심의를 거쳐 지난달 말 변경안을 서울시에 상정했다. 서울시 건축심의가 통상 2~3개월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건축계획 변경 인허가 과정에만 약 1년이 소요된 셈이다. 래미안 원베일리 입주 시기도 기존 2022년 9월에서 2023년 9월로 연기됐다.
후분양 속출…일반공급 늦어져
재건축 단지가 비교적 많은 서울 강남권 일대에서 후분양제로 방향을 트는 단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당초 이달 분양 예정이던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는 일반분양 115가구를 준공 후 분양하기로 결정했다. 서초구 잠원동 반포우성은 HUG가 제시한 평균 분양가가 3.3㎡당 4950만원 밑이면 후분양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인접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서초구 방배13구역, 잠원동 신반포4주구 등도 후분양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비업계 분석이다.
가격 규제, 인허가 지연 등 정비사업이 넘어야 할 장애물이 늘면서 사업 단계 초기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지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단지와 달리 5000가구 이상의 둔촌주공처럼 대규모 단지는 관련 비용 조달이 어려워 후분양제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며 “서울 시내 주요 주택 공급원인 재개발·재건축이 위축되면 장기적으로 수급 불균형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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