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3자구도 바뀔 가능성
"G20 前에 남북 정상 만날 수도"
[ 박동휘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첫 번째 정상회담 상대로 중국을 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판문점 회담’ 제안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조건 없는 만남’도 후순위로 밀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공식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중이 평화협정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19주년 기념 특별토론회’에 참석해 “한반도 문제 해결 구도가 남·북·미 3자에서 남·북·미·중 4자로 바뀔 가능성이 대두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날 시 주석과 김정은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인 중국이 평화협정 문제를 거론하면서 4자 프로세스로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전날 시 주석이 북한 노동신문 1면에 기고한 글에서 “조선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이 이룩되도록 공동으로 추동하겠다”는 부분을 지목하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이제 자신(중국)들도 북핵 문제를 푸는 데 떳떳하게 4분의 1의 지분을 가진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언급했다. 김정은은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해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지난번 하노이 회담의 틀을 그대로 가져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민생과 관련한 대북제재 해제에 집착함으로써 북한 체제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던 실패를 반복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의제 설정이 필요하고, 평화협정이 유력한 대안이라는 얘기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하노이 회담 직후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안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중 ‘밀담’을 계기로 김정은이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한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빨리 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9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문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4월 한·미 정상회담 내용도 듣고, 북·중 간 합의를 문 대통령을 통해 미국에 전달하고자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이 26, 27일로 예정돼 있는 등 정부가 급박하게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6월 성사에 매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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