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들 인접해 임차료 '저렴'
독특한 분위기…젊은 창업인 몰려
[ 배태웅 기자 ]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을지로3가 일대 인쇄소 골목(사진)은 저녁이 되면 소위 ‘인싸(잘 노는 사람)’들의 놀이터로 변한다. 군데군데 인쇄소들이 떠난 자리에는 와인바와 카페, 레스토랑 등이 간판도 없이 영업하고 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입소문을 타고 찾아온 사람들이 긴 줄을 서고 있다. 수제화 공장이 밀집한 서울 성수동 일대도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선 이색적인 ‘카페거리’로 더 유명하다. 주말에도 이 일대는 카페 및 레스토랑을 찾는 방문객과 차량으로 북적거린다.
이들 지역이 각광받는 공통점으론 SNS 인기와 낮은 임차료를 꼽을 수 있다. 젊은 자영업자들이 임차료가 낮은 지역을 찾아 이색 가게들을 열고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드는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중개 전문업체인 네모에 따르면 을지로3가 일대 상가 임차료 중위가격(20~40㎡ 기준)은 ㎡당 1만1654원 수준이다. 성수동1가와 2가는 각각 2만6852원, 2만6330원 수준이다. 서울 지역 소규모 상가 평균 임차료가 ㎡당 5만46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지역의 임차료는 절반 수준인 셈이다. 을지로3가에서 3년 넘게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허준석 씨(31)는 “연남동이나 가로수길 등은 임차료가 치솟고 있지만 을지로는 3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같다”고 귀띔했다. 인쇄소, 제화 공장이 공존하면서 임차료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게 일대 부동산 중개업자들 설명이다.
또한 경리단길이나 망원동 골목과 달리 을지로3가와 성수동 일대는 기존 인쇄소나 수제화 공방들과 새롭게 들어서는 카페, 술집 등의 점포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독특한 골목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차별점이다. 유행을 좇지 않고 자신만의 문화를 즐기는 ‘힙스터족’은 일부러 알려지지 않은 골목 가게를 찾아다니며 SNS 인증을 남기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몰려든다. 주얼리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을지로3가 카페 ‘호텔수선화’, 화가가 운영하는 카페 ‘커피사마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SNS 입소문으로 이들 지역 점포 매출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올해 을지로3가·성수동 지역의 요식업 분야 카드 이용금액(1~5월 기준)은 작년보다 각각 22%, 11% 증가했다. 요식업 가맹점 수는 2015년 3월 기준 각각 197개, 255개 수준에서 지난달 392개, 674개로 두세 배씩 늘었다.
다만 을지로3가·성수동 일대도 상업화가 빨라질수록 가로수길과 경리단길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을지로3가 내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최근 점포마다 권리금이 붙기 시작하면서 실제 점포 매매 가격도 올라가기 시작했다”며 “작년 말 SNS에서 인기가 최고점을 찍을 때와 비교하면 올 들어선 신규 점포 입주 문의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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