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준 기자 ] 청와대 경제라인이 전격 교체되면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간 역학 관계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는 청와대와 여당이 부총리를 제치고 경제정책을 주도한 사례가 많았다. ‘부총리 패싱’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는 홍남기 부총리”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부총리는 합참의장이고 나는 병참기지의 참모장”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자신은 부총리를 비롯한 부처 장관들이 현장에서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게 뒷선에서 지원하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관가에선 김 실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많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김 실장은 장하성 전 정책실장처럼 개혁적인 성향이 강하다”며 “정부 부처가 특정 사안에서 자신의 뜻과 다른 신중론을 내놓으면 ‘왜 개혁을 주저하냐’는 식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 전 실장 역시 김동연 전 부총리와 여러 번 마찰을 빚었다.
김 실장이 달변에 말하기 좋아하는 성격이란 점도 이런 가능성을 높인다. 김 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재벌을 혼내주고 왔다” 등 논란을 일으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최근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큰 짐”이라고 하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혁신 기업의 책임을 방기해선 안 된다”는 반박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책실장에 올라서도 여기저기서 정부 정책 등에 대해 적극 설명할 가능성이 있고, 그러다 보면 본인의 의도와 달리 세간의 조명이 김 실장에게 쏠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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