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효자'로 부상하는 방위산업…兆 단위 사업수주 잇따라

입력 2019-06-24 17:15  

도약하는 한국 방위산업

대우조선, 인도네시아 잠수함
1조1600억원 규모 3척 계약
민·관·군 총력지원 체제 '주효'



[ 임락근 기자 ] 지난 4월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네시아 해군의 잠수함 사업을 따냈다. 1400t급 잠수함 3척을 건조하는 계약이었다. 수주 금액은 10억2000만달러(약 1조1600억원)에 달했다. 한국 방산업계 수출 역사상 단일 계약으로는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매머드급’ 계약의 숨은 공신은 방위사업청이었다. 제각각의 계약 조건이라는 퍼즐을 맞추기 위해 지난해 11월 방사청 내에 설립된 방산수출진흥센터가 가동됐다. 인도네시아 측은 수출금융지원을 원했다. 지금 당장 대금이 없다는 이유였다. 대금 전부를 대출해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봤지만 쉽지 않았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제를 위반하지 않으려면 수주 금액의 85%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제약 조건이 발목을 잡았다. 수출입은행 내부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불안정한 재무구조 때문에 전액 융자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적잖았다.

방사청이 뛰었다. 금융기관 설득에 나섰다. 여러 차례에 걸친 법률 재검토 끝에 전액 대출이 WTO 조항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끌어냈다. 결국 수출입은행이 대출해주기로 결정하면서 계약은 성사됐다. 왕정홍 방사청장은 “해외공관, 무관부, 수출입은행 등과의 협력 강화를 통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울인 성과”라고 말했다.

방산 수출에 탄력이 붙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사례처럼 민·관·군이 총력지원 체제로 하나가 되면서다. 조(兆) 단위의 사업 수주 등 낭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국방력 강화 수요가 늘면서다. 인도, 아세안 등 ‘신(新)남방’ 지역의 정부들과 한국 정부 사이의 동반자 관계 역시 강화되고 있다.

신남방 지역과 한국 방위산업의 인연은 1993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한화디펜스는 보병장갑차 K200을 말레이시아에 수출했다. 한국 기업이 대규모로 무기를 수출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신남방 지역으로의 방산 수출이 본격화된 것은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다. 훈련·전투기가 활기를 띠었다. 2011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인도네시아에 T-50 12대와 TA-50 4대 등 고등훈련기 16대를 4000여억원에 수출했다. 이후 T-50을 기반으로 만든 경공격기 FA-50 12대가 필리핀에 수출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잠수함이 각광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잇따른 수주 성공으로 한국이 인도네시아 방산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9%까지 상승하며 러시아 네덜란드 미국에 이어 4위로 올라섰다.

동남아 국가들로의 방산 수출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중국의 위협에 따라 증가하는 무기 수요가 있다. 미·중 패권 다툼이 격화되면서다. 한국에서는 국방부가 록히드마틴 등 해외 방산업체로부터 첨단 무기 도입을 늘리면서 반대로 내수가 줄었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수출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배경이다.

한국과 신남방 국가 정부 간 공조도 공고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15년 인도에 이어 지난 4월 인도네시아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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