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전당’을 비리로 오염시키는 대학에는 엄정한 감사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이 백번 맞는 일이겠지만, 이번 발표는 여러 뒷말을 낳고 있다.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대규모 4년제 대학은 모두 종합감사 대상이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어서다. 교육부는 그동안 비리나 비리 제보가 많은 대학을 종합감사해 왔다.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다는 것은 모범적으로 대학을 운영했다는 의미이기도 해 당사자들로서는 황당할 만도 하다. 필요에 따라 인사 재정 등 특정 분야 감사를 받아왔음에도 ‘무(無)관용’ ‘엄단’ 등의 위협적 언사를 동원한 것도 부적절했다.
정책 목적상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개입할 때에도 ‘과잉금지의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정당한 목적, 적합한 수단, 최소의 이익침해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시민 감사관’을 투입하겠다는 것도 논란거리다. 시민을 감사관으로 임명하려면 교육부 규정이 아니라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 지금은 마땅한 도입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립대학을 통제와 관치의 대상으로 보는 듯한 교육부의 시선이 무엇보다도 우려스럽다. 일각의 비리를 부풀리고 일반화해 사립대학의 기여와 역할을 부정한 채 ‘국가주도 교육’으로 치닫고 있다는 걱정이 크다. 대학은 인재 양성소이자 국가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한국의 성장을 이끈 것이 인재였고, 그 인재 배출의 최전선에 사립대학들이 있었다.
정부는 ‘사학 길들이기’라는 의심을 자초하기 전에 고등교육 개혁의 비전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다. 대학교육을 ‘복지’로 보고 10년 넘게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경쟁력을 갉아먹은 당사자가 정부다. 대학의 생각은 묻지 않고 신입생 선발 매뉴얼까지 정부가 정해주는 게 규제 현실이다. ‘고등교육 혁신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던 국정과제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교수들이 교육부 해체운동 단체를 만들 지경에 이르렀다. 교육부의 일대 각성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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