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여당도 모르는 외국인 최저임금 현장

입력 2019-06-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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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원 정치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 임도원 기자 ] “법을 다뤄온 사람으로서 할 얘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 발언을 공격하며 한 얘기다.

민주당은 황 대표가 19일 관련 발언을 한 이후 매일같이 공격하고 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20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황 대표에 대해 “사실과 인식과 철학이 다 틀렸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더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숙식을 제공받는데 그것을 임금에서 공제하도록 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민주당 의원들의 현실 인식은 정확할까. 박 의원이 언급한 공제는 고용노동부가 2017년 2월부터 시행한 ‘외국인 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에 따른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때 표준근로계약서에 숙식비를 징수하겠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근로자의 동의를 받으면 고용주는 월 통상임금의 8~20%를 공제할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주가 외국인 근로자의 숙식비를 과다하게 공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박 의원과 정반대 설명을 내놨다. “외국인 근로자를 보호하는 지침”이라는 해명이다.

실제 이 지침을 근거로 외국인 근로자의 숙식비를 공제하는 사례도 많지 않다는 게 경제계의 항변이다. 조준호 중소기업중앙회 외국인력지원부 부부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숙식비 공제에 동의하는 일이 적어 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와인권연구소가 지난 3월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외국인 근로자 11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지 않던 숙식비를 내기 시작했다’는 답변은 18.0%에 불과했다.

상대를 공격하려면 여당 역시 정확한 현실을 인식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로 비난받고 있다”는 발언이 자신을 겨냥하고 있지는 않은지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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