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전 비무장지대(DMZ)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북한이 수용 의사를 시사하면서 성사 가능성이 주목된다. 일단 북미 정상의 의미는 확인됐기 때문이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오후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매우 흥미롭다"며 DMZ에서 회동이 성사될 경우 양국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다만 최 부상은 두 정상의 DMZ 회동에 대한 공식제기를 받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해 의지는 확인했지만, 외교채널을 통해 정식 제안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DMZ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정상회동을 준비하는 데 주어진 시간이 단 하루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회동이 성사되려면 만남의 형식과 구체적인 동선, 의전, 통신 등에 대한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DMZ가 남북한의 군과 유엔군이 상주하고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경호에 대한 논의도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5월 26일 북측 통일각에서 성사된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은 북측이 제안한 지 하루 만에 전격 성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한 달 전 남북이 판문점에서 4·27 정상회담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데다 성사 하루 전날 남북한이 비공개 채널로 소통을 하면서 회담을 준비한 성과다.
북미가 실제 DMZ 정상회동을 준비한다면 양측 당국자가 판문점에서 만나 조율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두 정상이 DMZ에서 만난다면 판문점 회동이 가장 유력하다는 점에서 사전답사도 겸할 수 있다. 마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7일부터 방한 중이다. 다만 이날 오후 2시 현재 비건 대표가 판문점으로 향하는 동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북한 통일전선부 간의 '정보 채널'이 판문점에서 가동될 수도 있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의제보다는 경호와 의전 등 기술적 준비가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외교 채널'보다도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채널이든 북한에서 책임 있는 인사가 평양에서 내려와 판문점에서 협의를 진행하기는 시간상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남북채널을 통해 북미 정상회동을 논의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미국도 이미 북한과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진행한 상황에서 남측에 북측과의 협의를 맡기려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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