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K7 프리미어 "이름만 남기고 모두 업그레이드"

입력 2019-06-30 07:00  

세단의 정숙성에 감춰진 질주본능
'아재 차' 이미지 벗었다




“K7 오너시라구요? 이름만 같지 K7 프리미어는 완전히 다른 차일 겁니다.”

1세대 K7 오너인 기자에게 기아차 관계자는 “이름만 남기고 모두 업그레이드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2009년 등장한 K7은 사촌뻘인 현대차 그랜저에게 어퍼컷을 날린 기아차의 야심작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기아차가 선보인 K7 프리미어는 동급은 물론 상위 모델까지 위협할 정도의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채 당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K7 프리미어 3.0 가솔린의 시그니처를 타고 경기도 파주에서 남양주까지 총 170km를 왕복했다. K7 프리미어는 외관부터 최고급 세단으로서의 존재감을 뽐냈다. 과감한 크롬 그릴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고 헤드램프와 리어램프의 제트라인(Z-line)이 디테일을 살렸다.

운전석에 올라타자 블랙 톤의 심플한 실내와 풀사이즈의 슈퍼비전 클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K7 프리미어는 스마트, 에코, 컴포트, 스포츠 등 4개 주행모드를 제공한다. 모드를 변경할 때 마다 클러스터 디자인이 변하며 눈을 즐겁게 했다.

주행을 시작하자 정숙성이 가장 돋보였다. 저속에서도, 고속에서도 소음과 진동이 동급 차종과 비교해 명확히 적었다.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내도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이 거의 없어 동승자와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기아차는 K7 프리미어에 차음 유리를 확대 적용하고 하체를 보강해 진동과 소음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주행감은 묵직한 듯 하면서도 힘이 넘쳤다.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깊게 밟자 깊은 엔진음과 함께 치고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고속에서는 시원시원한 질주가 가능했지만 저속에서 고속으로 가속하는 과정에는 약간의 딜레이가 발생했다. 페달을 깊게 밟고 RPM이 오르기까지 1초가 약간 안되는 시간이 필요했다.

묵직할 것 같았던 핸들의 조향감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보조가 더해지자 운전의 피로감은 사라졌다. 원하는 방향으로 핸들을 틀면 K7이 스스로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앞차와의 거리도 조절해줬다.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하니 고속도로에서는 사실상의 자율주행이 가능했다.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클러스터에 옆 차선 모습을 띄워주는 후측방 모니터 기능도 매우 편리했다.

운전이 편리해졌지만 그렇다고 재미를 놓치지는 않았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자 노면의 굴곡이 느껴질 정도로 서스펜션이 단단해졌다. 거의 들리지 않던 엔진음은 그릉대며 날카로워졌고 핸들의 조향감도 단단해졌다. 지금까지 점잔을 떨었나 싶을 정도로 준대형 세단이라는 얼굴을 벗고 스포츠카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화했다.

컴포트 모드의 K7 프리미어가 장년층에게 어울리는 고급 세단이었다면 스포츠 모드의 K7 프리미어는 사회생활에 익숙하면서도 대학생 시절의 패기를 지닌 30대 중후반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액셀을 밟고 핸들을 돌리는 대로 민첩하게 반응했고 고속으로 코너를 돌아도 노면에 딱 붙어 속도를 유지했다.

K7 프리미어는 사전계약 10일 만에 1만대가 판매됐다. 첫날에만 2500대가 몰리며 K7의 신차급 변화에 시장이 호응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동급 최고의 정숙성, 사전계약 고객 70%가 선택한 ADAS ‘드라이브 와이즈’ 옵션 등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K7 프리미어가 기아차에게 ‘현대차의 동생’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까지 넘어서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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