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재길 기자 ] 어느새 기해년(己亥年)도 절반이 지났다. 정부는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나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지만 현장 목소리는 다르다. 생산·고용·투자·수출 등 어느 것 하나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은 상반기를 결산하는 6월 수출입동향을 발표한다. 작년 12월(-1.7%) 이후 7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했을 게 확실시된다. 6월 1~20일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0% 줄었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16.2% 감소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중 무역갈등과 반도체 업황 부진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다”며 “최소한 3분기까지는 악재가 이어질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수출이 ‘상저하고(上低下高)’가 될 것이라던 정부 전망이 어긋났다는 의미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정부가 올해 6000억달러 수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결국 5700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갈등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국내 수출이 치명타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내놓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도 이런 고민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지난 14일 “성장률 고용 수출 등 여러 지표에 대해 더 짚어보고 조정이 필요하다면 조정하는 내용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겠다”고 말했다.
가장 큰 관심은 정부가 2.6∼2.7%로 설정한 성장률 목표치를 얼마나 하향 조정할지다. 이미 상당수 전문기관은 한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줄줄이 낮췄다. 한국은행은 2.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로 각각 전망했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더 박한 점수를 줬다. 1.8~2.1%에 불과하다. 현실 진단이 정확해야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4일 ‘5월 국제수지’ 잠정치를 공개한다. 국제수지는 상품·서비스를 포함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로 구분한다. 올 들어 상품수지 흑자 폭이 줄면서 경상수지도 악화하고 있다. 4월만 해도 경상수지가 -6억6500만달러였다.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4월 이후 7년 만의 적자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주에 이어 2~4일에도 세종시에서 연속 회의를 연다.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법정 시한(6월 27일)을 넘겼지만 막판 합의를 시도하기 위해서다.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임위 중 사용자위원 9명은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지난 26일 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이 적극 요구해 온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이 무산됐고 근로자위원이 강조해 온 ‘시급과 월급 병기’는 통과됐기 때문이다. 정작 내년도 최저임금 액수는 논의 테이블에 올려보지도 못했다.
다만 이번주 회의에는 사용자위원들이 참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회 이상 출석 요구를 받고도 불참하면 한쪽이 전부 빠져도 일방적인 의결이 가능해서다. 노동계 바람대로 ‘최저임금 1만원’이 논의도 없이 확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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