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땅 밟은 트럼프, 민주당에 대반격 … 뉴욕타임즈 "타고난 쇼맨"

입력 2019-07-0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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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정전협정이 이뤄진 지난 1953년 이래로 66년만에 북미 정상은 판문점에서 만났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SNS로 제안한 회동을 김정은 위원장이 보고 호응하면서 예상치 못한 일을 하게 됐다"며 매우 훌륭했다고 자평했다.

미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비무장지대(DMZ) 회동 소식을 일제히 온라인 헤드라인 뉴스로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판문점 깜짝 회동을 지켜본 후 ‘타고난 쇼맨(a showman by nature)이자 드라마틱한 순간을 즐기는 (TV쇼) 전문가’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평가했다.

CNN은 “미국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무장된 국경을 넘어 북한에 갈 것이라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그러나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외교 스타일, 연극을 조율하는 그의 재능과 맞물려 가능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오늘 회담이 실제 변화의 계기가 될지 논쟁의 여지가 있을지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관계에 ‘상전벽해(sea change)’의 변화가 있는 건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DMZ의 ‘세기적 만남’을 구상한 것이 2020년 대선 캠페인 활용을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NYT는 “트럼프의 재선 캠프는 DMZ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트럼프 대통령의 ‘피스 메이커’ 역할을 부각하는 대표적 성과로 활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차기 민주당 대선후보들은 첫 TV토론을 열며 여론의 주목도를 높이고자 했다.



하지만 지난 베트남 하노이 북미회담을 성과없이 끝내야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으로 민주당 후보들에게 비추어졌던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자신에게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당시 하노이 정상회담 기간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청문회가 열렸으며 그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증인으로 나와 불리한 증언을 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상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이슈로 주목받지 못했다.

일본 NHK는 이날 오후 2시 40분경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할 때부터 생중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여야 대표 토론회에서 “오늘 (사실상의) 북-미 정상회담이 행해졌다”며 “최후에는 내가 김 위원장과 마주 보고 (납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의를 갖고 있다”며 북-일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과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등도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에서 신속히 속보로 전했다. 신화통신은 “국제관계 역사에서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민주당 대선 후보 첫 TV토론이 열리자 승부사답게 파격 판문점 회담을 제안해 판을 흔들고 김 위원장의 '화답'을 끌어냄으로써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 성공했다.

미국 시각으로 새벽 시간대였음에도 불구,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대표적인 '가짜뉴스'로 꼽아온 '앙숙' CNN을 비롯, 주요뉴스 채널들은 북미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손을 맞잡은 '역사적 순간'을 실시간 생방송으로 비중 있게 타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그동안 대북 문제를 대표적 외교 성과로 꼽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호기를 놓칠세라 판문점 회동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직후 트윗을 통해 "북한 땅 위에 섰다"며 "모두를 위한 중요한 성명, 그리도 대단한 영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내에 자화자찬식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포괄적 협상' 원칙에 합의하고 2∼3주 이내에 실무협상에 들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하노이 회담때는 일정을 확정지은 후 협상에 돌입하면서 실무진들이 회담전까지 중재안을 마련하지 못해 무위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지난번 실패를 거울삼아 실무자 선에서 구체적인 협의를 이끌어낸 후 4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회동에 대해 잇따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쟁점화에 나섰다. 각종 여론 조사상 선두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안보와 이익을 희생하면서 독재자를 애지중지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만남 자체에는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단지 사진 촬영 기회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진정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평가절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보다 올바른 협상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런 미국 내 여론을 의식한 발언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참모인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날 사실상의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데 대해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문 특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남한 영토(South Korean territory)에 초청한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영토인 자유의 집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본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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