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칸막이 없애고 원하는 자리서 업무…'공유 오피스'로 일하는 방식 혁신

입력 2019-07-01 16:32  

[ 강현우 기자 ]
SK그룹의 경영 화두는 사업 구조의 근본적 혁신을 뜻하는 ‘딥 체인지’다. 딥 체인지는 구성원의 일하는 방식부터 혁신을 추구하는 ‘인재경영’에서 시작된다.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구성원 스스로가 자신의 삶과 일을 자발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SK그룹의 구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9년 그룹 신년회에서 “구성원이 얼마나 행복을 느끼고 있는가, 다음 세대가 더 성장하고 행복하게 발전할 수 있는 공동체로 우리가 어떻게 자랄 수 있는가의 문제가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다음 세대의 행복을 더 키워가는 일을 하려면 SK가 건강한 공동체가 돼야 하며 그 건강함을 나타내는 척도가 사회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해 업무 공간을 변화시키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공유오피스’ 도입이다. 공유오피스는 구성원이 원하는 좌석에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 사무실이다.

SK이노베이션 본사가 있는 서울 서린사옥은 지난 4월 공유오피스 리모델링 1차 공사를 마치고 일부 공간을 열었다. 서린사옥 공유오피스는 다양한 성격의 공간으로 구성돼있다. ‘포커스존’은 모니터가 설치된 책상이 있는 업무공간과 회의실이다. 싱글 모니터, 듀얼 모니터 등 다양한 자리를 업무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라운지’는 임직원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다양한 형태의 책상과 의자, 소파 등이 있어 자유롭게 업무와 미팅을 할 수 있다. 라운지에서 스탠딩 미팅을 하는 직원도 자주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사업부에 소속돼 있지만 비슷한 업무를 하는 직원끼리 같은 구역에서 근무하도록 배치한 ‘펑션존’도 있다. 감사, 법무 등 정보교류 및 네트워킹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의도한 공간이다.

좌석과 회의실 예약은 사내 앱(응용프로그램)인 ‘온 스페이스’로 한다. 출근 30분 전부터 좌석 예약이 가능하며 필요에 따라 라운지, 싱글·듀얼 모니터 등의 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예약 후 출근하면 예약한 좌석 전자 명패에 이름이 뜬다.

SKC도 지난 3월 종로 본사에서 스마트오피스 출범식을 열었다. 본사 5개 층을 스마트오피스로 구성해 원하는 자리에 앉아 일하는 공유좌석제를 도입했다. 자리 사이의 칸막이를 없앴다. 공동업무공간인 프로젝트룸은 34개로 두 배 늘렸다. 각 층에는 카페 못지않은 휴식공간을 조성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월 서울 종로 센트로폴리스빌딩에 구축한 ‘5세대(5G) 스마트오피스’를 공개했다. 5G 스마트오피스는 SK텔레콤이 보유한 5G,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첨단기술을 집약했다.

5G를 통해 사람, 공간, 기기, 센서 등이 거미줄처럼 엮여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하도록 했다. 5G를 통해 직원들은 홀로그램 입체 영상과 같은 대용량 데이터를 원거리의 파트너에게 전송하거나 실시간으로 협업할 수 있다.

SK그룹은 사내 인재들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수평적 소통 문화 활성화에도 적극 노력하고 있다. 올 하반기 임원 직급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직급이 폐지되면 부사장 전무 상무 등이 없는 임원으로 통일되며 호칭도 본부장 실장 등 직책으로만 부른다. 임원을 관리자보다 핵심 플레이어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직급 파괴는 직원에게도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은 팀장 직책을 없애고 PL(직무 리더)이 단위업무를 책임지고 수행하도록 했다. 팀원-팀장-실장-부문장 등으로 이어지는 기존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월 사내 호칭을 직급 대신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방식으로 통일했다. SK텔레콤의 사내 호칭 변경은 2006년 직급 호칭을 매니저로 통일한 이후 12년 만이다. 1년이 지난 요즘 박정호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사장은 ‘JP’로 불린다. ‘JP’는 박 사장의 영문 이름인 ‘Jung Park’에서 앞글자만 딴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세대·직위·직군 간 소통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자발적 의견 개진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선임 책임 수석으로 나뉘어 있던 기술사무직 전 직원의 호칭을 TL(기술·재능 리더)로 통일했다. 기술(technical)과 재능(talented) 등 중의적 의미를 담은 호칭이다.

SK가 추진 중인 일하는 방식의 혁신은 인재경영을 극대화하기 위한 실행 방안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구성원들이 행복해야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의견이 나올 수 있고, 이것이 다시 기업이 생존하고 지속적으로 성장을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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