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노딜' 김정은 체면 살리기…北 '판문점 회담' 대대적 보도

입력 2019-07-01 17:23   수정 2019-07-02 01:17

美·北 실무협상 복귀 명분 얻어
노동신문, 현장 사진 35장 게재

장금철 신임 北 통일전선부장
판문점에 첫 등장 눈길 끌어



[ 이미아 기자 ] 북한 매체들이 지난 6월 30일 남·북·미 판문점 회동을 ‘회담’이라고 표현하며 즉각 공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판문점 회담 소식을 1면에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번 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또 “지구촌의 눈과 귀가 또다시 조선반도(한반도)에 집중되고 판문점에서의 조·미(북·미) 수뇌 상봉 소식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온 행성을 뜨겁게 달구며 격정과 흥분으로 열광했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사진도 35장을 실어 판문점 회동 현장을 최대한 그대로 전달했다.

북한 매체들은 미·북 간 만남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군사분계선(MDL)에서 마주한 순간에 대해선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6년 만에 조·미(북·미) 두 나라 최고수뇌분들께서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서 서로 손을 마주 잡고 역사적인 악수를 하는 놀라운 현실이 펼쳐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잠시 군사분계선 북쪽 땅을 밟은 것도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매체들이 판문점 회동을 주민들에게 크게 홍보한 데 대해 “김정은의 체면을 살릴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김정은의 대외 협상력에 대해 주민들의 신뢰가 다소 꺾였을 텐데 그걸 단숨에 만회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미국과의 실무협상에 복귀할 때 내세울 충분한 대내용 명분도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문점 회담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후임으로 새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된 장금철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금철은 2월 말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지고 통전부장 자리를 내놓은 김영철의 뒤를 이은 인물이다. 회동 현장이 미·북 중심이라 우리 측 당국자들과 별다른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금철이 통전부장 취임 이후 공개적으로 남측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50대 후반으로 알려졌으며, 대남 분야에 종사해온 인물로는 드물게 우리 측에 신상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부장으로 승진하기 직전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지냈고, 민족화해협의회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에서 민간 교류 관련 업무를 담당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금철이 공개석상에 나섰다는 건 북한 내부에서 통전부에 대한 검열 및 조직 정비 작업이 마무리됐다는 의미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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