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화웨이 제재' 복합변수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실적 전망이 안갯속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화웨이 제재 등 주요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다. 증권사별 예상 영업이익 추정치가 약 8000억원 차이가 나는 등 전문가들마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외부 변수가 많은 데다 사업부별 유·불리를 따로 계산해야 하는 탓에 예측이 무척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는 오는 5일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까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 예상치)는 6조296억원. 이대로라면 작년 3분기부터 4분기째 감익 추세를 이어가게 된다. 올 1분기에는 영업익 6조2332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별로는 하이투자증권이 가장 낮은 5조7600억원을, NH투자증권이 가장 높은 6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대다수 증권사가 6조~6조1000억원을 전망했지만 실적 발표가 며칠 안 남은 상황에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IBK투자증권은 당초 5조2000억원의 컨센서스를 이날 5조80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반도체 사업부가 있는 DS 부문이다. DS 부문은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9%를 차지했다. 올해 업황은 좋지 않다. 작년 반도체 호황과 달리 최근 D램 가격이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43%를 차지한 1위 사업자인 만큼 직격타를 피할 수 없다.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는 복잡한 변수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이로 인한 화웨이 제재가 D램 업황 개선을 지연시킬 것"이라며 "미중 분쟁은 반도체 수요 회복세를 둔화시키고, 화웨이 제재는 반도체 수요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2분기 반도체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14.5% 줄어들 것으로 봤다.
반면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단기적으로 수요 감소와 재고 소진으로 인한 가격하락이 이어지겠다. 하지만 화웨이 제재로 삼성전자 휴대폰과 네트워크 점유율은 제재가 길어질수록 수혜폭도 커질 것"이라며 "변수는 반도체 업계의 화웨이에 대한 공급 여부다. 감산을 택한 마이크론과 달리 삼성은 원가절감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미국 정부가 대(對)중국 수출 제한 조치를 선언한 후 화웨이에 D램 부품 공급을 중단했다. 마이크론의 전체 매출에서 화웨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3%가량인 데 비해 삼성전자의 경우 화웨이 매출 비중은 2.5% 수준에 그쳤다.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가 삼성전자에 '악영향'보다는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는 근거다.
반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는 실적 전망이 밝다.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IM 부문은 지난해 기준 전체 영업이익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화웨이 제재가 지속되면 지난해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 기준 약 3700만대에 해당하는 수여를 빼앗아올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 시장에서 구글 서비스 중단으로 화웨이 경쟁력이 급락하는 가운데 고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안은 삼성전자가 거의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제재가 지속되면 올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최대 4분의 1가량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와 푸본리서치(Fubon Research)는 미국 제재가 계속되면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4%~2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이투자증권도 삼성전자 올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를 기존보다 1800만대 높인 3040만대로 늘려잡았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 2분기를 기점으로 삼성전자의 5G 네트워크 장비가 '효자'가 될 수 있다는 예측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5G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 화웨이와 경쟁 관계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G 네트워크 장비에서 화웨이의 최대 경쟁사가 삼성전자"라며 "화웨이 제재로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 올해 매출이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도 수혜를 받을 사업부로 꼽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최대 경쟁자인 대만 TSMC가 '화웨이 제품 지속 생산' 입장을 밝혀서다. 이에 따라 미국 IT 기업들은 TSMC 대신 삼성전자를 위탁생산 업체로 채택할 것이란 관측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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