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개발한 인보사 허가 취소…코오롱 "조작 안했다, 소송할 것"

입력 2019-07-03 17:14   수정 2019-07-04 02:13

코오롱 vs 식약처, 법적 공방으로 비화

식약처 "연골유래세포 허가
허위 자료 제출 사실 숨겨"



[ 박상익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3일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에 대해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확정했다. 지난 3월 31일 인보사의 주요 성분 중 허가 내용과 다른 물질이 발견되면서 판매가 중단된 지 3개월 만이다.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도 중단됐다. 시민단체, 환자,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2017년 국내 시판 허가를 받은 인보사는 지루한 법적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의 처분에 불복해 법적 대응하기로 했다.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확정

식약처는 이날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에 인보사의 허가를 취소한다는 내용의 행정처분 정보를 게시했다. 식약처는 이날 “인보사가 주성분 2액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님에도 2액을 연골유래세포로 품목허가 신청해 허가를 받았다”며 “허가받은 내용과 달리 안전성·유효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국민 보건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신장유래세포가 포함된 의약품을 제조·판매했다”고 밝혔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지난 3월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신장유래세포인 것이 확인됐다. 식약처는 회사가 허위 자료를 제출했고 허가 전 추가로 알게 된 중요 사실을 숨겼다고 명시했다.

식약처가 품목허가 취소를 확정한 근거는 약사법과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이다. 국민 보건에 위해를 주거나 줄 염려가 있는 의약품 등과 효능이 없다고 인정되는 의약품을 제조·수입·판매하는 경우, 허가받거나 신고한 성분 외의 유효 성분이 검출된 경우 품목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인보사의 취소 처분은 9일자로 확정됐으며 코오롱생명과학은 향후 1년 동안 동일 성분으로 품목허가를 신청할 수 없다.

코오롱 반발, “법정에서 진실 가리자”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의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코오롱은 이날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한 입장문을 통해 “인보사의 주요 성분 유래에서 착오가 있었고 이를 모른 채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승인을 받았다”며 “이로 인해 품목허가 취소 결정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 환자, 주주, 국민들께 사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보사의 성분 유래에 대한 기재가 사실과 달랐으나 고의적인 조작이나 은폐는 결코 없었다는 점을 소명했다”며 “그럼에도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취소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코오롱은 이어 “행정소송으로 허가 취소 처분이 적법한지 법원의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소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 등의 법적 절차를 통해 국내 판매를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응책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가 지난 5월 발표했을 당시 자료 조작·은폐 정황을 언급했는데 정작 최종 처분에는 이 같은 내용이 빠진 것을 두고 식약처가 ‘여론전’을 펼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코오롱 측은 인보사 개발 과정에서 조작이나 은폐는 절대로 없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식약처가 주관한 임상시험을 동일한 세포로 진행하면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됐는데 이제 와서 코오롱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반면 식약처는 “주요 성분에 대한 오류가 있었고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당연히 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며 “지난 5월 브리핑과 3일 최종 확정 사이에 판단 근거가 변한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식약처 전문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법적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회사 측 변호인들이 승산이 낮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며 “식약처가 인보사 허가 취소를 위해 3~4개 근거를 제시했는데 이 사안에 들어맞는 근거를 찾지 못해 여러 개를 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법적 공방과는 별도로 투약 환자에 대한 장기추적조사, 미국 임상 3상 재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 휴가철을 고려해 임상 재개용 자료 제출이 8월로 미뤄지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단은 9월이 지나야 나온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입장문에서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전문가 등을 통한 안전성·유효성 재확인 절차를 가능한 한 신속히 진행해 불안과 의혹을 조기에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상장적격성 심사에도 영향 줄 듯

인보사와 관련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전날 코오롱티슈진의 최고재무책임자 권모씨와 한국지점장 최모씨 등 임원들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달 초 코오롱생명과학 본사와 코오롱티슈진 한국지점을 압수수색한 뒤 관련 인물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식약처가 인보사의 허가 취소를 확정하면서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19일 코오롱티슈진의 실질심사 대상 여부 결정을 위한 추가 조사를 감안해 조사 기간을 7월 10일까지 연장한다고 공시했다. 코오롱티슈진은 5월 28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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