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관 밥그릇 싸움에…두 달간 '분양 올스톱' 위기

입력 2019-07-03 17:27   수정 2019-07-04 01:13

금융결제원 "청약시스템 못넘겨"
한국감정원, 자체 개발로 '공백'



[ 이정선 기자 ]
아파트 청약이 오는 10월을 전후해 최대 두 달가량 전면 중단될 전망이다.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오는 10월 이관하는 청약업무시스템의 인수인계 절차가 두 기관의 ‘밥그릇 싸움’으로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은 아파트 청약 사이트인 ‘아파트 투유’ 시스템을 이관해달라는 한국감정원의 요구를 전면 거부했다. 정부는 지난해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에서 청약업무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청약업무 이관을 결정했다. 한국감정원은 하는 수 없이 61억원의 예산을 들여 별도 청약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정보 이관을 위해 두 달간 청약업무 중단도 불가피해졌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가을 성수기에 분양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분양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고 우려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청약 시스템이 은행망으로 촘촘히 연결돼 있어 현실적으로 타기관으로 이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분양가 규제 이어 '청약 시스템 중단' 예고…하반기 분양시장 '패닉'

가을은 전통적으로 아파트 분양 성수기다. 날씨가 선선해지는 시점을 이용해 건설사들이 전국에서 수만 가구를 내놓는다. 올해는 가을 분양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건설사의 분양과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에 큰 차질이 빗어질 전망이다. 금융결제원이 청약 시스템 이관에 난색을 표하면서 아파트 청약 시스템이 최장 두 달간 문을 닫는 까닭이다.

초유의 청약 중단 사태 불가피

금융결제원이 약 2500만 명에 이르는 청약통장 가입자의 청약전산망인 아파트투유(APT2U)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기 시작한 건 2000년부터다. 원래 주택은행(현 국민은행)이 독점하던 주택청약 업무를 시중은행도 취급할 수 있게 되면서 민간 금융전산 기관인 금융결제원이 이를 맡아 운영해왔다.

정부는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에서 청약 시스템을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하는 안을 발표했다. 부정 청약, 부적격 당첨자 양산 등을 방지하기 위해 오는 10월부터 한국감정원으로 청약업무 시스템을 이관키로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청약업무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결제원이 기존 청약 시스템 이관을 거부하자 한국감정원은 올해 1월 조달청의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청약업무 시스템 개발 업체로 D사를 선정했다. 한국감정원이 6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D사가 개발 중인 이 프로그램은 금융결제원의 아파트투유 시스템과 거의 차이가 없다. 금융결제원의 청약 전산망을 이용했던 시중은행들이 기존 시스템과의 원활한 호환을 위해 아파트투유와 사실상 동일한 방식의 프로그램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결국 수십억원을 들여 동일한 시스템을 또 개발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지금까지 금융결제원과 한국감정원이 업무 협조를 위해 모인 건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두 기관은 지난달에야 회의를 열고 금융결제원이 확보하고 있는 800여만 명에 이르는 당첨자 정보 등 각종 통계자료(DB)를 이관하는 방식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청약 시스템 이관을 위해선 두 달 정도 분양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청약 시작에서 마무리까지는 보통 8주 걸린다. 금융결제원은 일정 시점에서 신규 청약을 중단해야 한다. 이어 8주에 걸쳐 마지막 단지의 청약 후속 절차를 모두 끝낸 뒤 당첨자 현황 등 최신 정보를 한국감정원에 통째로 넘겨야 한다. 이관 후 한국감정원이 새 시스템을 점검하는 데도 추가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은 새 시스템 도입 시기인 10월 1일 전후로 청약업무 중단 시점을 논의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 공백을 한 달 정도로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금융결제원이 지난해 정부의 각종 부동산대책을 반영하기 위해 청약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때도 1~2주가량 청약업무가 중단된 바 있다.

하반기 분양시장 문닫히나

하반기 분양을 준비 중인 건설업체들은 패닉 상태다. 분양 성수기인 10월을 전후해 청약업무가 중단되는 만큼 분양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9~10월 위례신도시, 과천지식정보타운, 인천 루원시티 등 주요 택지지구에서 수천 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방배5구역, 둔촌주공, 광명철산주공7단지 등 재건축 사업장 일반 분양 물량도 상당수다.

분양대행사 산하의 최성욱 대표는 “9~10월 전후에 분양을 준비하던 업체들이 일정을 조정하느라 비상이 걸렸다”며 “분양 성수기에 청약업무가 중단되는 만큼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후분양으로 돌아서는 단지가 많은 상황에서 청약 중단으로 신규 분양도 막히면 예비청약자들의 내 집 마련 일정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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