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파트 단지가 통째로 정정, 이런 공시지가 누가 수용하겠나

입력 2019-07-03 17:55  

서울 성수동의 한 고가 아파트 단지에서 230가구 전체의 공시가격이 정정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2005년 공동주택 공시제도가 도입된 이래 아파트 단지의 공시가가 통째로 번복된 것은 유례가 없다. 더구나 지난 4월 ‘확정고시 가격’이 발표됐을 때는 급등했다가 주민들의 집단 이의신청에 따라 고쳐진 것은 전부 지난해보다 훨씬 낮아졌다니 이런 고무줄행정이 또 어디 있나.

공시가격 산정은 복잡한 행정이 아니다. 아파트 같은 ‘규격 주택’은 그동안 산정의 표준화작업도 어느 정도 구축돼 있을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정부의 통상 업무에서 왜 이런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 것인가. 더구나 실무를 맡은 한국감정원은 이런 일을 전담하는 공기업인데 기본 업무를 제대로 못 했다. 가령 도심 공동주택은 동일 면적, 같은 라인이어도 층별로 가격이 많이 다른 게 상식이다. 고급형 아파트에서는 전망에 따른 층별 가격차가 더욱 나는데 한국감정원은 12~43층을 똑같이 산정해버렸다. 이러다 보니 정정으로 공시가가 4억원 이상 떨어진 경우까지 나왔다. 행정의 신뢰성도 그만큼 곤두박질쳤다.

재산세 부과를 열흘여 앞두고 공시가격 체계의 신뢰를 뒤흔든 중대한 오류다. 집값을 잡겠다며 허둥지둥 공시가 올리기에 매달린 국토부의 단선적 정책에 근본 원인이 있을 것이다. ‘고무줄 공시지가’를 둘러싼 논란은 연초부터 계속됐지만, 산정의 원칙과 기준조차 제대로 설명된 적이 없다. 산정 근거와 과정도 공개된 게 없어 ‘깜깜이 결정’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으나 묵살해오다 대규모 정정사태로 국민 불신을 자초했다.

공시가격은 중요한 행정 인프라다. 보유세 건강보험료 등 60여 종류 행정에 활용되는 기초 자료다. 이런 국가 인프라가 주먹구구식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행정소송 대상으로 전락하면 책임은 누가 지나. 국토부는 주택정책의 큰 방향을 봐야 한다. 전문성과 신뢰성이 없는 행정이야말로 정부 적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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