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제정된 이 법은 당초 채용절차를 공정화하고 일정한 경우 제출서류 반환을 의무화하는 등 구직자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 바람이 불면서 이를 부분적으로 민간 기업에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법 개정이 이뤄졌다. 다만 블라인드 채용이 전면 적용되는 공공기관들처럼 출신학교 학점 등까지 비공개를 의무화하지는 않았지만 구직자 개인의 사적인 신상 정보는 요구할 수 없게 한 것이다.
하지만 시행과정에서는 적잖은 혼선이 예상된다. 직종에 따라서는 신체 조건이나 혼인 여부 등이 중요한 요건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채용절차법 제4조의 3은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정보’ 요구를 금지했다.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정보인지 아닌지를 누가 결정할지부터 불명확하다. 자칫 면접 과정에 무심코 한 질문이 나중에 과태료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얘기로, 신규 채용을 더욱 위축시킬 수도 있다.
물론 외모나 부모의 직업, 재산 등으로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면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민간 기업의 채용 행태를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과 국가가 나서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요즘 세상에 집안을 보고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기업이 있다면 벌써 여론의 뭇매를 맞았을 것이다. 또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면 이는 형법상 업무방해죄 등으로 처벌하면 된다.
문제는 기업 내부의 행위인 채용과정에 국가가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까지 물리는 것은 입법 과잉이요 사적 영역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데 있다. 고용노동부가 법 개정 과정에서 “민간 기업 채용 절차를 법에서 정하고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나라는 없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인 것도 그래서다. 벌써부터 기업 채용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과태료 무서워서 면접 때 질문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소리가 나온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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