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에 팔 수 있을까
[ 유재혁 기자 ] 일본 패션업체 유니클로가 2015년 자국에서 제품 판매 가격을 10% 인상했다. 그러자 고객 수가 14.6% 감소했고, 매출은 11.9% 줄었다. 이듬해 가격을 인상 전 수준으로 내렸지만 고객 수는 회복되지 않았다. 유니클로는 일본인에게 반격파괴의 선두주자로서 ‘값싼 옷의 대명사’였다. 저가품으로 성공한 유니클로가 가격을 인상한 것을 일본인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반면 해외에서는 유니클로가 유명브랜드로 인식됐고 ‘값싼 옷’이란 이미지는 강하지 않았다. 지난해 유니클로의 해외 매출은 자국 매출을 넘어섰다.
미국 한 관광지의 토산품 가게는 잘 팔리지 않던 터키석 액세서리 가격을 두 배로 올린 뒤 모두 팔았다. 관광객들은 ‘비싼 보석은 품질이 좋다’는 상식에 입각해 터키석을 구입했다. 보석업체 드비어스는 ‘결혼반지 가격은 3개월분 급료가 적정하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는 고가 마케팅 전략으로 대성공했다.
마케팅 전략 컨설턴트인 나가이 다카히사 원츠앤드밸류 대표가 쓴 《수돗물을 생수병에 담으면 얼마에 팔 수 있을까》는 한마디로 ‘잘 팔리는 가격의 경제학’을 다룬다. 비즈니스에서 수익 여부는 가격전략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격전략은 비즈니스전략 그 자체란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적정한 가격을 정하는 일은 어렵다. 소비심리가 합리적으로만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소비자가 비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행동경제학 이론을 바탕으로 해 소비자 심리와 가격결정의 함수관계를 소개한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정하는 방법, 시장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을 알려준다.
싸게 파는 전략과 기술, 좋은 조건으로 대여해주거나 아예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사로잡고 이익을 늘리는 방법, 가격을 올려 충성도 높은 고객을 늘리는 법 등을 실전 사례를 중심으로 상세히 제시한다.
소비자와의 접점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나가이 다카히사 지음, 김정환 옮김,토트, 220쪽, 1만38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