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뚝 뚝 울고 싶은 정유업계

입력 2019-07-04 17:56   수정 2019-07-05 02:02

정제마진 손익분기점 밑돌아
두달 넘게 휘발유·경유 팔수록 손해
SK이노·에쓰오일 영업익 급감



[ 김보형 기자 ] “정유사업 적자를 화학과 윤활유 등 다른 사업에서 얼마나 만회했는지가 관건입니다.”

국내 4대 정유사의 한 재무담당 임원은 지난 2분기(4~6월) 실적을 묻자 4일 이같이 답했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지난달 17일 최근 1년 최저인 15만7500원까지 떨어졌다. 3위 업체인 에쓰오일 주가도 최근 1년 새 가장 낮은 8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연이은 악재로 정유업계가 코너에 몰렸다. 미·중 무역 전쟁에 따라 휘발유·경유 수요가 감소한 반면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과 중국 정유공장 가동으로 공급은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까지 겹치면서 원유 수급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다.

아시아 지역 정유제품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달 말 배럴당 2.8달러까지 떨어졌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정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정제마진이 1달러 하락하면 정유사 영업이익은 분기(3개월)당 2000억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제마진은 4월 말 4.2달러를 기록한 이후 두 달 넘게 4달러 밑을 맴돌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도 실적 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5월 한때 배럴당 71.6달러를 기록한 뒤 꾸준히 내려 이달엔 60달러 선을 턱걸이했다. 유가가 떨어지면 정유사가 미리 들여온 원유 재고 평가액이 깎인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떨어지면 수백억원에 달하는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유가가 내리면 정유사가 생산하는 석유화학제품 가격도 동반 하락한다.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점 역시 악재로 꼽힌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BP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전년보다 220만 배럴 증가한 1531만 배럴로 집계됐다. 전통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1229만 배럴)와 러시아(1144만 배럴)를 제친 세계 1위다. 셰일오일 생산이 늘어나면 휘발유 정제마진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제마진 악화로 정유사들의 실적도 고꾸라졌다.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477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4%나 줄어든 수치다. 에쓰오일의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66.9% 줄어든 1330억원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적자 가능성도 제기한다.

정유업계는 여름철 이후에는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3분기(6~9월)는 차를 몰고 휴가를 떠나는 이른바 ‘드라이빙 시즌’으로, 세계적으로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이 증가하는 계절로 꼽힌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연료유 환경 규제도 정제마진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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