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기업 총수들 만나 "전례 없는 비상 상황"…日 경제보복에 시험대 오른 외교력

입력 2019-07-10 11:57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을 포함해 총자산 10조원 이상인 국내 대기업 30개사 총수 및 CEO들을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기업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현실적 대처방안 등과 관련해 폭넓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수출제한 조치의 철회와 대응책 마련에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도 화답해 주기를 바라며,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일본 측의 조치 철회를 처음으로 공식 요구한 데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조치를 거듭 촉구한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일본의 조치 철회와 함께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하면서 한국기업에 실제로 피해가 발생하면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일본 조치가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국제적 공론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처를 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대북제재와 연결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 우호와 안보 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경제에도 이롭지 않은 것은 물론 당연히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우리는 국제적인 공조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경제 이슈를 넘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촉발된 외교 문제라는 점에서 해법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신임 경제 사령탑에 오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이 이번 사태로 시험대에 올랐다.

야권은 청와대가 일본의 경제보복에 손을 놓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현 정권은 일본의 강력한 무역통상 보복조치에 수수방관 중”이라며 “한·일 관계에서 실익우선이 아닌 이념적 목표 달성에만 매진하면서 역사상 최악의 국면을 맞이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국의 대북 제재 위반을 수출 규제 배경으로 주장한 아베 총리에 대해 "WTO 제소 등 대책을 강구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의 발언은) 자칫하면 우리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안보 질서를 흔들 수도 있는 위험할 수도 있는 발언이다"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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