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수준 결정하는 요인은
대학 순위보다 높은 성취도
재능과 노력이 비슷해도
성취욕 따라 성패 크게 갈려
명문대 아니라고 실망 말고
스스로 진취적 꿈 키워야
[ 이혜영 기자 ]
미국 최초의 고교인 보스턴 라틴은 보스턴 학제에서 선망의 대상이다. 미국 내 상위 20개 고교에 속하는 이 학교는 공립이지만 학생을 매우 까다롭게 선발하는데, 부모들이 자녀를 이곳에 보내려고 안달하는 이유가 있다. 이 학교 졸업생의 평균 SAT 점수가 매사추세츠주에서 4위를 자랑하기 때문에, 일단 여기에 들어가면 명문 대학 입학은 보장된 바와 같았다. 따라서 보스턴에 사는 부모라면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려고 무슨 짓이든 한다. 불합격하면 그 사실만으로 자녀의 장래를 망쳤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진짜 그럴까?
명문대가 성공을 보장한다는 편견
몇 년 전 경제학자 세 명이 이 의문을 파헤쳤다. 그들은 보스턴 라틴에 합격한 학생들과 성적이 하한선에 못 미쳐 안타깝게 탈락한 학생들을 비교했다. 지극히 근소한 점수 차로 당락이 결정되었다. 합격선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갈라진 두 부류 학생들은 입학 초에 보인 학업성취도나 학업 전망에서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아주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합격생들은 향후 몇 년 동안 명문 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불합격한 학생들은 이들 못지않게 똑똑하지만 그보다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는 학교에 다녀야 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보통 명문 학교에서 뛰어난 교사들의 가르침을 받고 명석한 동급생들에게 자극을 받으면 졸업할 무렵엔 학업성취도가 월등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그것도 전혀. 진학적성예비시험(PSAT), SAT, 또는 다른 어떤 상급교육기관 진학 시험 결과를 봐도 마찬가지다. 보스턴 라틴 졸업생과 안타깝게 탈락해 다른 학교에 진학했던 학생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이런 조사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자.
학업성취도 높은 학생들이 명문교 만들어
보스턴 라틴 학생들은 분명 다른 학교 학생보다 학업성취도가 높다. SAT 점수가 훨씬 높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데이터를 보면 이 차이는(부모의 생각이 어떻든, 교사들이 뭐라고 주장하든 상관없이) 학교가 학업성취도를 향상시키기 때문이 아니다. 학교 교육의 질이 어떻든 상관없이,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이 계속 승승장구하기 때문이다. 보스턴 라틴 학생들은 졸업할 무렵 전체적으로 월등한 SAT 점수를 보이는데, 그 까닭은 애초에 이 학교가 입학시험에서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을 선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그런 학업 능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고교에 입학하고 졸업했을 뿐이다. 다시 말해 보스턴 라틴이 자녀를 더 훌륭한 학생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뛰어난 학생이 보스턴 라틴을 명문 학교로 만들어주는 셈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명백하다. 결국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학교에 다니는 구성원들, 학생 개개인이 중요한 것이다. 이는 보스턴 라틴뿐 아니라 데이터가 있는 모든 고교 학제에 일관성 있게 적용되는 결론이다. 일단 졸업하고 나면 아이가 다닌 학교가 아니라 아이의 능력이 성공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명문학교라고 일컫는 아이비리그에 합격하지 못한 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야망 있는 사람이 미래 고소득 가능성 훨씬 높아
SAT 점수, 같은 학년의 등수 등 측정 가능한 모든 학업성취도 측정치를 모두 고려하고 나자, 졸업한 지 10년 후 이들의 소득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인은 대학의 네임밸류가 아니었다. 하버드에 응시했지만 탈락하고 노스이스턴에 다닌 학생은, SAT 점수와 고교 학점이 비슷하지만 하버드를 졸업한 학생 못지않게 성공했다. 다시 말해 학생의 학업 성적과 야망이 그 학생의 성공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야망은 본인에게 있는 것이다. 장래에 고소득이 보장된다는 생각으로 하버드에, 특정 학과에 억지로 응시하게 한다고 해서 목표가 달성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학생이 가진 강력한 성취도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는 성공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내린 결과다. 그러니 대학의 순위가 아니라, 학생이 갖춘 자질이 그 학생의 미래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명문 대학에 입학하지 못해도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이라면 충분히 희망이 있다. 기득권층의 간택을 받지는 못했어도 큰 야심과 경쟁할 능력이 있으니 말이다.
이혜영 한경BP 에디터 mwd10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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