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동 기자 ] 브라질 정부는 최근 연금을 개혁하려고 계획 중이다. 브라질 경제부는 연금개혁이 이뤄지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최소한 1.1%포인트와 3%포인트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반면, 연금개혁이 좌절되면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개혁의 핵심 내용은 현재 남성 60세, 여성 56세인 연금 수령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연금 최소 납부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브라질은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연금으로 내줘야 할 돈이 연금으로 거둬들이는 돈보다 큰 상태다. 손실을 메우기 위해 정부 재정지출을 늘려야 하는데 이것이 큰 부담이 된다. 연금 부담이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연금 고갈’이라는 시한폭탄
브라질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연금은 사회보험제도의 일부다. 사회보험은 국가가 강제적으로 시행하는 보험제도다. 민영보험과 달리 대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사회구성원인 국민의 질병·고령·실업 등 생활에 어려움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사고에 대해 일정의 보험 혜택을 줌으로써 생활 안정을 꾀하도록 하는 것이 보험제도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험을 4대 사회보험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또한 각종 사회보험의 수혜 범위가 점차 넓어지면서 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정부는 국민이 의료비 걱정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목적으로 국가의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했다. 그러자 대형병원 진료가 급증했고, 전문가들은 20조원에 이르는 건강보험 기금 적립금이 2023년에 바닥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연금 또한 수급인구의 증가로 현재 700조에 이르는 적립금이 2042년부터 적자, 2057년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각종 사회보험 기금이 고갈되는 원인과 이에 따른 영향은 무엇일까?
고령화와 복지 포퓰리즘
가장 큰 문제점은 브라질의 경우처럼 고령화다. 고령화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은 2017년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는 각종 사회보험의 지출이 급증하는 원인이 된다. 특히, 국민·건강보험의 경우 저출산·고령화가 함께 진행되면서 수급받을 고령인구는 많아지지만, 경제활동을 할 생산가능인구는 점차 줄어든다. 고령화로 기금 지출은 증가하고 기금 보험료를 낼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기금의 부족분을 메워야 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 결국, 정부가 ‘세금’과 ‘국채’를 발행해 빚을 늘리는 방법뿐이다. 세금은 저출산으로 줄어들 생산가능인구의 소비생활을 위축시키고, 국채 발행은 결국 정부 부채를 높여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현재 세대의 부담을 미래 세대로 이전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게다가 정치권은 표를 얻기 위해 ‘복지 포퓰리즘’을 남발한다. 비용은 미래 세대의 몫이기 때문에 현재 쓰고 보자는 정치의 포퓰리즘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결국 돌아오는 것은 인상된 각종 연금 보험료 등의 세금과 재정적자의 빚 청구서다. 미래 세대는 앞선 세대가 즐기고 떠난 빚잔치를 떠안아야 한다는 의미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
● 생산가능인구
생산가능연령인 15~64세에 해당하는 인구다. 생산가능인구는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뉘는데 경제활동인구는 다시 취업자와 실업자로 구분되며, 비경제활동인구는 주부나 학생, 구직단념자 등이 해당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