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준수 어려운 자금세탁방지…가상화폐거래소 힘들 것"

입력 2019-07-15 10:22  

"시중 은행들도 자금세탁방지(AML) 규정이 타이트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비용이나 인력이 많이 들어갑니다.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들이 AML 규정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요?"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도 지난달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내놓은 AML 관련 권고안을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신생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기존 금융권 수준의 AML 기준 충족이 한층 힘들 것이란 평가다.

FATF 권고안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중국·일본 등 37개 주요국이 따르고 있다. 권고안을 지키지 않은 국가는 FATF 블랙리스트에 올라 글로벌 금융 제재를 받게 된다. 금융위원회도 FATF 권고안 수용 입장을 밝혔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을 토대로 거래소들에 FATF 권고안 수용을 위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FATF 권고안을 따르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며 "만약 뉴욕 기준으로 AML 수준을 맞추려면 전체 인력의 절반은 AML 관련 감시 인력으로 둬야 한다. 금융 당국 경력자 등을 채용해야 하는데 은행장보다도 연봉이 높은 데다 그나마 인력풀(pool)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가 금융 당국 경력자를 채용하려면 시중 은행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대우가 예상된다. 게다가 거래소들이 AML 비용과 인력을 감수한다 해도 FATF 규정의 100% 이행은 쉽지 않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최근 NH농협은행이 AML 관련 내부 통제 기준 미흡을 지적당해 뉴욕금융서비스국(NYDFS)에 약 12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낸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현실적 걸림돌도 있다. AML 규정을 따르다 보면 영업에도 차질이 생긴다는 것. 가령 기업에서 거래대금을 인출했는데 시스템에서 '이상거래'로 감지되면 은행이 직접 자금 용도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이 절차가 번거롭고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기업이 거래를 끊고 다른 은행으로 옮기는 사례도 발생한다고 했다.

이같은 문제점 때문에 금융권은 AML 규정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레그테크(RegTech)를 접목하는 추세다. 일일이 인력이 투입되는 것을 막고 IT(정보기술) 소프트웨어로 규제를 준수하는 방법이다.

은행 관계자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현실을 마주할 것"이라며 FATF 권고안 준비기간인 내년 6월까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산하/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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