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하락에…신기록 쏟아진 회사채 시장

입력 2019-07-15 16:08  

상반기 30조3050억어치 발행
2012년 이후 반기 기준 최대
수요예측 경쟁률 첫 4 대 1 넘어

대림코퍼 16.4 대 1 역대 최고
LG화학 1조 발행 역대 최대



[ 이태호 기자 ] 회사채 시장이 올해 상반기 전례 없는 활황세를 나타내면서 새로운 기록을 쏟아냈다. 기관투자가들의 회사채 투자 열기를 반영하는 수요예측(사전 청약) 경쟁률은 처음으로 4 대 1을 넘어섰다. 기업들의 발행금액도 2012년 수요예측 제도 시행 이후 반기 기준 최대를 나타냈다.

기대 이상의 수요에 힘입어 저금리 조달에 성공하는 비우량 기업이 늘어나면서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역대 최대 발행·참여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인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기업들은 올 1~6월 반기 기준 사상 최대인 30조3050억원어치 회사채를 수요예측을 거쳐 발행했다. 최초 모집금액은 20조1750억원이었지만, 참여금액이 90조780억원에 달하자 최종 발행금액을 50%나 늘려 잡았다. 상반기 전체 모집금액 대비 수요예측(사전 청약) 참여금액 비율인 수요예측 경쟁률은 4.5 대 1을 나타냈다. 직전 최고 기록이었던 작년 하반기 3.4 대 1을 큰 격차로 눌렀다.


회사채시장 활황을 이끈 배경은 시장 금리의 가파른 하락이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가격의 상승 차익을 노린 수요가 시장에 밀려들었다. 작년 5월 연 2.3%를 웃돌았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최근 연 1.4%대로 1년여 동안 0.8%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하락 속도는 경기부진 신호가 짙어진 올 3월 이후 더욱 빨라졌다.

회사채 수요가 몰리면서 기업들의 이자비용을 뜻하는 발행금리도 크게 낮아졌다. 중견 제약업체 한독과 해운업체 폴라리스쉬핑은 당초 희망했던 수준보다 이자비용을 1%포인트 넘게 낮추는 성과를 냈다. 박진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6월 들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가세하면서 채권을 매수하려는 기관 수요가 강해졌다”며 “고금리(비우량) 채권 수요가 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대림코퍼 등 최고 경쟁률

대림코퍼레이션은 지난 1월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수요예측 역대 최고 경쟁률 기록을 썼다. 500억원어치 회사채 모집에 8180억원이 몰려 16.4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전 기록은 2017년 9월 한화케미칼이 세운 13.1 대 1이었다. 5월에는 AJ렌터카가 13.4배 수요를 모으면서 역대 2위 경쟁률 자리를 꿰찼다.

단일 최대 거래는 3월 LG화학의 1조원 발행이었다. 이 거래에는 역대 최대인 2조6400억원어치 기관 참여금액이 몰렸다. 5월 9800억원을 조달한 SK하이닉스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이 됐다.

풍부한 수요에 힘입은 비용 절감 효과는 주로 비우량 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BBB+’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 한독은 3월 연 3.11% 금리에 1년6개월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 수요예측에 앞서 제시한 희망금리 범위 상단보다 1.37%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같은 신용등급의 폴라리스쉬핑도 희망 수준보다 1.31%포인트 낮은 이자비용에 2년 만기로 자금을 조달했다. 태영건설(A-), 한화건설(BBB+), 아주산업(BBB+), 포스코건설(A) 등 건설 관련 기업의 비용절감 폭이 두드러졌다.

○과열 경고도 잇따라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기업 채권값이 치솟으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지난달 20일 회의에서 “신용스프레드(회사채 금리와 국고채 금리의 차이) 축소 등 일부 지표의 움직임이 최근 거시경제 상황과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으므로, 앞으로 관련 지표의 추이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고 언급했다.

이 같은 경고음은 최근 글로벌 금리 하락을 주도해온 미국에서도 커지고 있다. 니콜라오스 판기츠조글루 JP모간 글로벌시장 전략총괄은 지난 8일 “낮은 변동성 속에서 채권 투자자들이 안일함에 빠져 있다”며 “변동성이 다시 커지면 동시다발적으로 출구(채권 매각)를 향해 달려가면서 2013년이나 2016년 같은 ‘발작(tantrum: 급작스런 금리 급등에 따른 충격)’을 다시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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