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극본 김태희, 연출 유종선,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DK E&M) 5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에서 가구 평균 4.3%, 최고 5.6%를 기록, 케이블-종편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tvN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은 평균 2.5%, 최고 3.6%를 나타내며,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생방송 인터뷰에서 환경부 장관 해임 사실을 인정한 박무진(지진희). “국민 모두가 대행님의 자격을 의심하게 될 겁니다”라는 선임 행정관 차영진(손석구)의 예측대로 방송 이후 박무진의 해임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이튿날 거행될 영결식은 중요한 정치적 자리였다. 국가 공식행사에서 흔들림 없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 부정적 여론을 돌려놓아야 했기 때문. 그러나 영결식에 참석한 박무진은 그곳에 모인 국민들의 야유를 들으며 분노와 불신만 확인했다.
이러한 상황에 추도사를 하러 나온 오영석(이준혁)은 박무진에게 뼈아픈 타격을 가했다. 백색 해군정복차림으로 단상에 선 그는 예정된 추도사를 하지 않겠다며, “아직까지 테러원인을 규명하는데 안일한 나라, 사랑하는 이들의 희생을 되갚는 일엔 비겁한 정부, 자격 없는 자들이 권력을 차지한 불행한 국민들의 나라 대한민국이 부끄럽다”고 박무진과 정부의 무능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이 추도사로 오영석은 정치판을 뒤흔들 새로운 정치 스타로 급부상했고, 야당대표 윤찬경(배종옥)은 “나와 함께 세상을 바꿔보지 않을래요?”라며 그에게 연대의 손을 내밀었다. 오영석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증을 일으킨 대목이었다.
영결식 후 합참의장 이관묵(최재성) 역시 박무진을 코너로 몰았다. “자격, 있다고 생각합니까, 국군통수권자로서?”라며 박무진의 승인 없이 캄보디아로 707 특임단을 파병해, 청와대에 테러를 자백하는 동영상을 보낸 전 북한 고위급 인사 명해준 생포 작전을 세운 것.
그런데 언론에 명해준 동영상이 유출되며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테러범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모든 이슈를 덮었고, 권한대행의 자격을 논하기에 앞서 지금은 국론을 하나로 모을 때라고 여론이 돌아선 것. 동영상을 유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차영진.
상의도 없이 일을 벌여 화가 난 박무진에게 그는 “대행님은 전쟁터에 나가서 자기 칼이 더럽혀질까봐 두려워서 맨손으로 싸우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고 계신 겁니다”라며 박무진이 정치라는 전쟁터에서 장수로서 이기기보다는 그저 좋은 사람이 되려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저는 더 이상 그런 장수 밑에서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리더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믿고 일하는 스탭들과 건재한 나라를 바라는 국민들을 위해 힘을 갖고 이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박무진. 이관묵을 찾아가 “힘이 있다면 쓰는 겁니다. 주저함도, 망설임도 없이”라던 그의 조언을 그대로 돌려줬다. 자신에게 힘이 있으니 써야겠다며, 그를 해임한 것. 확실히 달라졌다. 어조는 강경했고, 눈빛은 확신에 차있었다. 그리고 차영진을 해임하는 대신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이기기 위해 그가 필요했기 때문.
박무진은 이렇게 이기는 리더로 한걸음 더 나아갔다. 하지만 그건 외롭고 힘든 길임을 의미했다. 고단했던 하루를 마치고 전 비서실장 한주승(허준호)을 찾아가 술잔을 기울이며 자신도 양진만(김갑수) 대통령을 임기 내내 힘들고 외롭게 만들었냐고 물은 박무진. 사실 한주승의 기억 속에 박무진이 해임됐던 이유는 정치라는 지옥의 링이 어울리지 않았던 그를 보호하고 싶었던 양진만의 결정이었다.
“이미 알고 있지 않냐”는 한주승의 답에 박무진의 얼굴엔 쓸쓸함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장관 시절, 불편한 구두 때문에 들썩이던 발은 이제 구두 속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었다.
한편 국정원 대테러 전담반 한나경(강한나)은 오영석을 직접 찾아가 테러 발생 시각에 어디서 뭘 했는지 물었다. 그러나 오영석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만 반복할 뿐이었다. 하지만 오영석의 군 시절 부대원 중 한 명이 그가 테러 발생 시각에 백령해전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진 부대원과 통화를 했다고 증언했고, 통화기록을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로 밝혀졌다.
자신이 요원이 아닌 약혼자를 잃은 희생자 유가족으로서 감정적으로 문제에 접근했다는 자괴감에 국정원에서 짐을 싼 한나경. 그때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오영석 의원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 국회의사당 설계도면에서 119호를 찾아요”라는 의문의 목소리. 또다시 오영석 미스터리가 폭발하면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한껏 끌어올린 긴장감 넘치는 엔딩이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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